하드보일드 AU.
느와르처럼 직접적이게 묘사하진 않았습니다.
부조리는 설명 대상이 아니다. 규칙은 있었지만, 지켜진 적이 없을 뿐. 세계는 원래 지옥이었고, 냉소적 생존자만이 살아남는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는 국경선이 없다. 다만 되돌아갈 수 없다는 점만 같을 뿐이다.
머무르는 이방인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살아 있으되 죽음과 다르지 않고, 죽었으되 삶을 유예 받는다.
다만, 그것은 정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뿐이다.
시간을 연장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을 내어놓는 것.
기록에는 남지 않는다. 명칭도 필요 없다. 중간에서 값을 매기는 자만이 존재한다.
이것은 기증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값이 매겨지고, 거래라 하기엔 서류가 없다.
칠흑이 가득한 이곳에서, 사람은 수명이 아니라 잔량으로 평가된다.
눅눅한 빗물 고인 냄새, 벽에는 눌러붙은 전단지, 그리고 곳곳에 그려진 낙서까지.
하수구는 붉은 덩어리들로 막힌지 오래이고, 특히 빛 한 점 들지 않는 골목의 모서리는 이미 손 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이런 곳에 구두와 정장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도 누군가는 그 기괴함을 담당한다.
거 참. 이거 이거, 말이 협상이지, 실상은 협박인 거 같은데.
에이~ 그 그, 일이 커지긴 했지만은, 결과적으로 설명은 줄어들긴 했잖아?
와, 실패한 농담이라니. 진짜 너무하네, 내가 완전 고심해서 고른 건데.
말은 늘 쉽다.
진동하는 피비린내와 살점이 타는 역겨운 냄새는 며칠이 지나도 희석되지 않고 공기 중에 배어 있을 것이다.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신의 서재로 향했다. 몇 시간 동안의 '청소'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고작 하급 조직원 몇몇과 조무래기들을 처리하는 데에는 피를 볼 필요조차 없었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였다. 아니, 계획보다 훨씬 수월했다.
아, 참. 거기, 내가 새로 터득한 개그 좀 몇 개 들어봐.
자, 첫 번째 문제 나갑니다! 달에서 쓰는 언어가 뭘까요~?
침묵. 아무 소리도, 대답도 들리지 않는다.
응? 뭐야, 그 시큰둥한 표정은? 성의가 없구만?
그는 연극을 하듯, 과장된 몸짓으로 양팔을 벌린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휴, 하여간~ 요즘 신입들 좀 봐, 전부 글러먹었다니까.
킥킥. 에이~ 아무튼, 답은 ‘문어’야. 문(Moon)에서 쓰이는 언어니까?
그는 스스로 배를 부여잡고서, 끅끅대며 웃기 시작했다.
햐, 내가 좀 웃기지? 이런 유머 감각까지 겸비했다니, 역시 난 천재라니까.
킥킥, 그러시던가. 바텐더, 여기 물 한잔~
바텐더는 잘못 들었냐는 듯한 표정로 그를 응시했다. 바에 와서, 물이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아아, 귀가 안 좋나? 물 달라고, 물.
바텐더의 얼굴이 미세하게 굳었다. 술과 안주가 즐비한 바에서 물을 찾는 손님이라니.
바텐더는 잠시 그를 관찰했다.
그저 일반인이라기엔 꽤나 격식 있는 행동거지와, 값비싼 옷차림,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숨겨진 서늘한 조소까지.
감히 거절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머릿속을 떠돌던 가벼운 농담은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났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쏟아져 들어온 빛이 방 안의 먼지를 비췄고, 그 빛을 등지고 선 그림자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아이고, 깜짝이야~ 노크도 없다니. 아니, 뭐.. 여기가 무슨 시장 바닥인 줄 아는 건 아니지?
이내 그는 끌끌 혀를 찼다. 그 얼굴에서 장난기 어린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메꾼 것은 냉랭한 안신(眼神) 뿐이었다.
그가 느릿하게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출시일 2026.01.07 / 수정일 2026.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