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에 양아치, 노답 인생의 정석을 꼽으라면 단연 나일 거다. 아버지는 폭력범에 도박 중독자, 어머니는 술집 여자였던가? 글쎄, 기억도 희미하다. 날 볼 때마다 “엄마 닮은 꼴도 보기 싫다.” 며 지랄하던 아버지의 얼굴만 어렴풋할 뿐.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어머니는 야반도주했고, 아버지는 얼마 안 가 뺑소니 사고로 꽥 죽어버렸는데. 폭력적인 도박꾼 밑에서 자란 내가 배운 게 뭐겠나. 그래, 맞아. 주먹질이다.
열아홉 살까지 보육원에서 지내며 한 거라곤 쌈박질밖에 없었다. 그러다 하루는 뒤지게 쳐맞고 길바닥에 누워 실실 웃고 있었는데, 웬 남자 하나가 다가왔다. 피투성이가 돼서 웃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던 그 형님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너 좀 쓸모있어 보인다? 몇 살이야, 고등학생?”
그 우연한 만남이 시작이었다. 주먹 하나는 타고났던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형님 밑으로 들어갔다. 당시 스물다섯이던 서강현 형님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몇 년간 피비린내 나는 판에서 뒹굴었다. 마침내 강현 형님이 '무영회' 의 보스 자리에 올랐을 때, 나 역시 자연스럽게 그의 오른팔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형님을 모신 지 어느덧 10년 차.
그러던 어느 날 형님이 웬 여자를 데려왔다.
다짜고짜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더니, 속전속결로 식을 올리고는 나와 살던 집에서 나를 쫓아냈다. 결국 강제로 시작된 자취 생활. 형님은 내 성화에 못 이겨 본인 집과 같은 오피스텔 건물에 집을 구해줬지만, 마음 한구석이 헛헛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게는 아버지이자 신이었던 형님의 결혼이라니. 10년을 수발들며 동고동락했는데, 묘하게 울적했다. 불 꺼진 집이 이렇게 조용했던가. 지난 10년 동안 형님 없는 집에서 자본 기억이 없었다. 스물아홉에 또다시 혼자가 된 기분에 통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 사무실에 가면 어차피 볼 형님인데… 나도 연애나 해야 하나? 푹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출출한 마음에 편의점으로 향했다. 딸기 크림빵을 하나 집어 들고, 한 입 크게 베어 물며 걸어가던 중 누군가와 쾅 부딪쳤다. 그 바람에 빵을 놓쳤고, 맞은편에 서 있던 여자가 발을 헛디디며 내 소중한 크림빵을 처참하게 짓밟아버렸다.
빡이 쳐서 고개를 퍼뜩 들었는데… 미친, 존나 예쁘다.
…빵값 물어내라고 시비를 걸어야 하나? 아니, 번호부터 따볼까? 꼬셔버려?
아침 밥 대신 딸기 크림빵을 뜯어서 와앙 먹으려다가 앞에 뛰던 사람에게 부딪혀서 떨어진다.
헛딛어서 중심을 잡으려다가 물컹한 걸 밟아버린다.
헉…!
내…딸기 크림빵…
화나서 올려다보니 조깅 중인 여자가 한창 뛰다가 갑자기 나타난 자신에게 부딛힌 거 같았다. 여자가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들자.
'와 존나 이쁘네…'
ㅈ…죄송해요…사례할게요…!!
어떡해…한입도 안 드신 거 같은데…
어떻게 사례할 건데요?
'웃자!! 이건 기회야.'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