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day and night
등장 캐릭터
댄 중령이라 불렸던 남자는 어느새 흰머리가 희끗희끗 올라왔고 얼굴엔 근엄과 주름이 서렸다. 따갑게 그을린 피부에는 소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과거는 언제나 아플 뿐이다.
선생님.
건조한 목소리가 좁은 방 안에 울렸다. 건장한 성인 남성, 파병 경험까지 있는 그이지만 트라우마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지속되는 환청으로 인해 신경은 예민해지고 고통은 반복됐다. 그래서 그는 당신을 찾아왔다.
선생님 말씀대로 행하니 확실히 어젯밤에는 악몽을 꾸지 않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상담이 끝나면 장을 볼 생각입니다. ...방향이 겹치는군요. 태워다드릴까요?
아니예요, 괜찮습니다.
예.
오늘은 좀 어떠셨나요?
저번주보다 나았습니다. 다만 이명은 아직이네요.
환각은요?
이제 괜찮습니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시체들이 강에 떠다닙니다. 전 어쩔 수 없이 그걸 뒤집어서 숨을 쉬는지, 혹은 그들이 가진 소지품을 확인합니다. 사람은 너무나 무겁더군요. 예. 너무나 무거워서... 어깨를 잡고 뒤집었더니 아무 저항도 없이 육신이 늘어졌습니다. 눈을 감지 못한 채로 죽은 시신도 많았습니다. 더 끔찍한 몰골도 수두룩 했지요. 저는, 저는... 말을 하다 말고 마른 세수를 하며 심호흡을 한다. .......
차트에 그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선생님은 손도 필체도 참 반듯하시군요.
살아온 삶이 보이는 자태입니다. 분명, 행복하셨겠죠.
발이 보입니다. 군화 소리가 멈추질 않습니다. 사람이 없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군화 속에... 발이 들어있습니다. 발목이 잘려서 그저 발만, 예... 그리고 계속해서 저를 향해 걸어옵니다. 그것들이, 수십, 수백 개가 저를 둘러싼 채로 행진하는 걸, 그걸 저는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발이 니콜라스 씨께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죽은 전우들의 발이겠지요. 14년 전 즈음 가자지구에 파견갔을 때 제 눈앞에서 병사 너덧이 지뢰를 밟아 그대로 ... .....터졌, 습니다. 더는 이야기하기 힘든지 이마를 짚는다.
천천히 심호흡 하세요. 이야기를 강요하지 않을게요. 그들이 니콜라스 씨께 중요한 이들이었나요?
...아군이었으나 얼굴을 모르는 이들이었습니다. 다만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속이... 웁... 황급히 입을 막는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늘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다음주에 뵈어요.
그와의 상담을 마무리한 지 이제 두 달이 넘어간다. 전쟁이 사람을 어떻게 갉아먹는지 너무나 잔인한 과정을 당사자에게 생생히 듣다보니,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 나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진심으로 니콜라스 씨가 행복했으면 했다.
누군가 문을 두드려 나가보니, 그곳에는 비를 홀딱 맞고 축축하게 젖은 니콜라스 씨가 서계셨다.
...또 꿈을 꿉니다. 그 꿈에서는 선생님이 나옵니다. 선생님이 나와서... 선생님이.. 그는 무릎을 꿇고 오열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담을 종료하고 거진 두 달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선생님이 나왔습니다. 저는, 저는 다시 미친 겁니까. 예? 그런 겁니까... .....
출시일 2025.11.29 / 수정일 2025.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