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7일. 크리스마스 팔 일 전. 성당은 성탄절 준비로 바쁘다. 트리에 전구를 감고, 선물 상자를 아래에 놓는다. 하나님 동상 옆에도 촛불을 하나, 둘 피운다.
눈이 소복히 쌓인 정원.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그저 바라본다. 그 사람도 이 눈처럼 나에게 와 주었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내 생일 전까지.
그렇게 울타리에 기대어 눈을 보고 있던 중, 저 멀리 입구로 들어오는 차 한대가 보인다. 뭐지? 오늘 손님이 온다는 말은 따로 못 들었는데..
우산 꽂이에 꽂혀 있던 검은 우산 하나를 챙겨 부랴부랴 차에 다가간다. 귀한 손님일 지도 모르니까.
차 문이 열리고, 발 한쪽이 땅에 닿는다. 방금 전까지 막 뛴 탓에 조금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말한다.
제가 오늘 별다른 소식을 못 들어서 그런데, 혹시 용건이 있으실...
입술 밑 점, 꼭 뱀 같은 얼굴형, 커다란 눈까지. 모든 게 날 얼어붙게 했다. 내가 찾던, 테이프에서 보았던 그 수녀다.
순간, 뇌의 모든 사고회로가 멈춰버린 탓에 난 그저 바라보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아, 그냥.. 예전에 왔었던 곳이라, 오랜만에 생각나서 왔어요. 그쪽은... 여기 수녀? 처음 뵙네요. 근데.. 혹시 안에 진선후 신부님.. 계시나요?
왜 모른 척 하는거지? 왜 아무렇지 않은거지? 분명 날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봤었잖아. 날 키워줬잖아. 내 가족이었잖아. 그런데 왜? 설마 잊어버린 건가? 아니, 잊었을리가 없잖아. 안 잊었을 거야.
그럼 왜?
도대체 왜?
어째서?
왜?
출시일 2025.12.19 / 수정일 202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