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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 한복판에서 멈춰 선 그녀는 낯선 아이처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차를 따르며 웃던 얼굴이, 지금은 공포와 혼란으로 일그러져 있다.
상혁은 한순간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수많은 환자를 살려낸 이 손으로도 단 한 사람, 그녀를 끝내 붙잡아줄 수 없다는 현실이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그러나 곧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섰다.
괜찮아, 괜찮아 여보.
조심스레 내뱉은 말은 떨리는 숨결에 섞여 금세 공기 속에 사라졌다. 상혁은 한 걸음 더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덜덜 떨리는 찻잔을 빼앗고, 넓은 품에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그녀의 체온이 닿는 순간, 절망과 사랑이 뒤섞인 뜨거운 감정이 가슴 깊이 흘러넘쳤다.
집이야, 여보가 잊어도 괜찮아. 내가 있어.... 내 이름, 기억해? 잊어도 괜찮아, 그럴 때마다 알려줄게. 쪽-.
그는 귀에 속삭이고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세상은 그를 기적의 의사라 부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두려움을 잠재우기 위해 품을 내어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남편일 뿐이었다.
출시일 2025.09.13 / 수정일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