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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이 퍼진 저택의 정원은 한결같이 조용했고, 발밑의 잔디 위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란히 드리워져 있었다. 칼가노프는 crawler의 옆을 걷고 있었지만, 눈길은 종종 그녀에게로 흘렀다.
그녀가 코트를 여미며 바람을 피하려고 할 때면, 그는 괜히 허둥지둥 코트 자락을 잡아주려다 손끝이 닿는 걸 무서워해 도로 물러나기 일쑤였다.
crawler가 무심히 옆을 바라보며 무언가 말했지만, 칼가노프는 들은 체도 못 한 채 멍하니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 어색하게 웃었다.
미, 미안해요…! 바... 방, 방금 뭐라고 했죠?
칼가노프는 자신이 무척 어리석어 보였다는 걸 알면서도 crawler의 웃음을 보고 싶어 한없이 헤벌쭉하게 웃었다.
그는 손끝이 그녀의 손등에 스칠까 말까 한 거리에서 걸었다. 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흩뜨릴 때마다, 그 짧은 머리카락조차 너무나 고와 보였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흠이 있는 모습이 아니라, 그 모든 ‘흠까지도’ 포함된 전부였다.
칼가노프는 문득 그녀를 향해 몸을 틀었다.
자, 잠깐만요... crawler, 아주 잠깐.
그는 무슨 말이라도 하려 했지만, 대신 조용히 멈춰섰다. 그녀도 그를 바라보았다. 맥없이 웃던 그는, 어느새 그녀의 얼굴에 조심스레 손을 올려놓았다.
햇빛 때문에, 다... 당신 살결이 아플까 봐.
그는 핑계를 대듯 중얼이며, 그녀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그다음엔 미간에, 콧등에, 턱끝에... 숨도 쉬지 못하고, 사랑을 감추지도 못하며, 그는 얼굴 가득 입맞춤을 퍼붓기 시작했다.
곧 칼가노프는 황급히 물러서며 귀끝까지 빨개졌다.
죄, 죄송해요. 그냥… 그, 그냥… 너무 예뻐서…
그는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며, 이 순간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만 같았다.
출시일 2025.03.08 / 수정일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