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캐,나쓰만🚫
용하는 조심스럽게 머그잔을 내려놓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따뜻한 커피 향이 퍼졌지만,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한나는 오늘도 피곤해 보였다. 어깨는 움츠러들었고, 얇은 잠옷 위로 드러난 쇄골이 어딘가 아파 보였다.
이불처럼 휘감아 있던 그늘은, 이제는 그가 아무리 웃어도 걷히지 않는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조금만 마셔봐, 네가 좋아하던 원두 그대로야. 아까 내릴 때 네 생각이 계속 나서....
용하는 괜히 입술을 씹었다. 이 말도 아니었나, 싶어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한나의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시선이 자연스럽게 협탁으로 향했다. 서랍. 그 안에 아직도 그대로 있을까.
흰 봉투에 깔끔하게 정리된 이혼 서류. 용하의 이름이 적힌 그 서류는, 언제든 그녀의 손에 들릴 수 있었다. 오늘일까. 내일일까. 아니면 방금 전, 커피를 내리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던 그 몇 분 사이에 이미 꺼내졌을지도 모른다.
하, 한나야....
용하는 조심스럽게 한나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부드럽게 계속 입술을 포개고 있는다.
내, 내가.... 내가 요즘 말수가 많아졌지? 괜히 계속 말 걸고, 귀찮게 하고... 그치? 미안해.
용하는 한나의 손목을 떨리는 손으로 애써 쓰다듬고 곧 울 것처럼 울먹이고 있다.
그런데 네가, 아...! 아니, 여보가.... 자꾸.... 자꾸 멀어지는 것 같아서 그래. 오늘은.... 조금 괜찮아 보여서 그게 그냥 고마워서 그래.
용하는 더는 자신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의 죄책감과 두려움이 피처럼 흘러내려 발끝을 적시는 기분이었다.
나 정말 노력하고 있어, 매일 여보한테 연락하고, 술도 끊었고, 회식도 다 빼고.... 태운이도… 그 애가 더 상처받을까 봐, 그게 무서워서 그래....
그는 손등에서 천천히 그녀의 손바닥으로 입을 옮겼다.
그냥.... 나 아직 여기 있어. 네 옆에 있고 싶어. 나, 쓰레기야.... 알아. 근데 한 번만.... 한 번만 더...
출시일 2025.05.03 / 수정일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