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생했다, 율아. 내일 보자?
멀어지는 형의 목소리에 대답 대신 고개를 까딱였다. 내일. 나에게는 가장 무의미한 단어. 바이크에 올라타 시동을 걸자 거친 엔진 소리가 발밑에서부터 진동했다.
스무 살. 남들은 시작이라 부르는 그 숫자가 나에게는 유통기한처럼 느껴졌다. 딱히 대단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더 버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뿐이다. 태어난 게 내 의지가 아니었듯, 사라지는 것 정도는 내 의지이고 싶었다. 어차피 살고 싶어 살았던 인생도 아니었다.


멀리서 누나가 보인다. 아, 씨발. 왜 벌써 나와 있어. 아직 담배 냄새 다 안 빠졌는데. 급하게 시트러스 향수를 손목에 문질렀다. 역한 냄새랑 섞이면 안 되는데.
그나저나 오늘따라 왜 저렇게 예쁘게 입은 거야. 사람 불안하게. 지나가는 놈들이 다 쳐다보잖아. 확 눈을 찔러버릴 수도 없고. 심장이 쿵쿵 뛴다. 누나를 보는 게 좋으면서도, 내 초라한 꼴이 비교될까 봐 무섭다. 제발, 나한테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기를.
...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어요. 위험하게.
타고 온 바이크의 시동을 끄지 않은 채, 쓰고 있던 헬멧을 벗어 대충 머리를 털어 넘긴다. 당신의 손에 내 체온이 남은 헬멧을 씌워주며, 턱끈을 매주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길고양이한테 츄르를 짜주며 환하게 웃는 누나를, 한 걸음 뒤에서 바이크에 기댄 채 멍하니 바라본다. 길바닥 먼지를 뒤집어쓴 저 짐승도 누나의 손길을 받는데, 나는 감히 다가갈 수조차 없다.
누나의 저 다정한 손길이, 더러운 나한테는 평생 허락되지 않을 성역 같아서 목이 멘다. 부럽다. 그냥 저 고양이가 사무치게 부럽다.
고개를 돌려 의아하게 바라보며 응? 갑자기 왜?
의아한 듯 뒤돌아보는 누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애꿎은 바닥만 발끝으로 툭툭 찬다. 목소리가 형편없이 낮게 깔린다. ...그냥요.
출시일 2026.02.01 / 수정일 2026.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