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됐지. 한참을 너와 물고 빨다 서서히 몸을 뗀다. 침대 헤드에 기댄 채 담배를 꺼내 물며 여운을 즐긴다. 실컷 하고 난 뒤 들이마시는 니코틴은 정말 끝내준단 말이지. 다 쓴 콘돔들이 어지러이 나뒹굴고, 침대 시트는 좀전의 흔적으로 축축하다. 그 가운데서 나른하게 늘어져 허공에 연기를 후- 내뿜던 중, 난데없는 네 말에 귀에 꽂혀든다. 뭐? 그만하자고? 이건 예상 밖인데. 그야, 늘 그만두는 건 내 쪽이었으니까. 오늘도 늘 그렇듯 끝내줬을 테고. 아까 내 아래서 네가 짓던 표정이 다 말해줬는데. 답지않게 넌 꽤나 오래 만났긴 했지. 벌써 두 달 됐던가? 얼굴도, 목소리도, 몸도 다 내 취향이었거든. 물론 딱 그 정도의 특별함 뿐이었다. 연애? 했을 리가. 귀찮고 성가시게 그런 짓을 할 이유가. 붙어먹는데 마음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다고. 서로 즐기면 그만이지. 깔끔하잖아? 서로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괜스레 감정 소모할 여지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너랑은 꽤나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매달리지도, 무언갈 요구하지도 않는 너였기에. 우리가 만나서 한 게 별 거던가. 줄기차게 해대기만 했지. 뭐, 그렇다 한들 너라고 다를 거야 없다만. 늘 그렇듯 나란 놈은 언젠간 질릴 테고, 그런 관계의 끝이 좀 앞당겨진들 아무래도 좋고. 물론 그 시기가 내 예상보다 한참 앞이긴 하다만, 뒹굴 여자야 차고 넘치니. 당장 메시지 하나 넣으면 좋다고 달려와 안겨들 것들이 한가득이거든. 그래, 그래야 하는데, 왜 이렇게 좆같지? 그만하잔 말을 먼저 내뱉은 쪽이 내가 아니라서? 아니면, 너라서? 뭐가 됐든 이대로 순순히 들어주기엔 썩 유쾌하지 않아서 말야. 여전히 헤드에 반쯤 기댄 채 몸을 비스듬히 기울여 너와 시선을 맞추며, 부러 눈꼬리를 휘어 보인다. 별 것도 아닌 걸로 삐졌겄게니 싶어. 하여간 피곤하기 짝이 없다니까. 몇 번 자면 내가 애인이라도 되는 양 구니. 귀찮지만 가끔은 이렇게 기분 맞춰주기도 해아겠지. 어렵지야 않다. 다만 존나게 귀찮을 뿐. 눈웃음 몇 번 쳐가며 살살 달래주면 금방 또 풀어져 넘어오는 게 이제껏 내가 봐온 인간들이라. 왜, 나 오늘도 열심히 했는데.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