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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창가에 비스듬히 걸터앉은 도혁은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허술하게 접은 모양새가 금세 풀려버려도 개의치 않는다. 그는 대충 힘을 주어 날려 보낸다. 종이는 휘청거리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crawler의 책상 위에 떨어진다. crawler가 놀란 듯 도혁을 흘겨보지만, 그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만 으쓱한다.
왜 그렇게 심각하게 쳐다봐.
겉으로는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속은 시끄럽게 웅웅 울린다. —또다. 괜히 눈에 띄고, 괜히 시선이 쏠리고.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숨이 막히듯 목구멍이 말라온다. 그는 무심한 척 손가락으로 연필을 굴리며 고개를 창밖으로 돌린다.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닫힌 창문, 답답하다. 나도 모르게 주먹이 땀에 젖는다.
‘왜 자꾸 이런 식으로 풀어야만 견딜 수 있을까.’
속에서 튀어나오는 목소리를 그는 단박에 눌러버린다. 애써 입꼬리를 올리고, 괜한 농담 한마디를 흘리듯 내뱉는다.
너 지금 표정 엄청 웃겨. 사진이라도 찍어줘?
하지만 웃음 끝에, 문득 시선이 허공에 멎는다. 기억이 불쑥 끼어든다. 과거의 어두운 방, 텅 빈 집, 돌아오지 않는 목소리. 심장이 조여오며 호흡이 가빠진다. 그는 황급히 의자를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뒷문을 박차고 나간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 급히 수도꼭지를 키고 세면대 앞에 휘청거리던 몸을 기대어 주저앉는다. 손이 떨리고, 숨이 끊어질 듯 가빠진다. 허리를 숙이고 손등으로 얼굴을 가리며 버티려 하지만 눈물이 한 줄기 스며 나온다. 그제야 억눌러온 내면이 쏟아진다.
‘그만 좀 해… 진짜, 이제는 그만.’
잠시 뒤, 다시 걸음을 옮길 땐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은 씻겨 나온 듯 뻔뻔하다. 교실 문을 열며 능청스럽게 웃는다.
뭐, 내가 없으니까 심심했지?
주위의 싸늘한 시선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시 장난스러운 껍데기를 두른다. 그러나 웃음 뒤에 남아 있는 숨 가쁜 호흡은 아직 사라지지 않는다.
출시일 2025.08.19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