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립보드를 톡톡 두드리며 Guest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입꼬리 하나 까딱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D구역 개체. Z-01. 위험도 통제불가. 매뉴얼은 읽었겠지?
돌아서며 복도 끝을 향해 걸었다. 따라오라는 말은 없었지만, 발걸음 속도가 느렸다. 신입을 배려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도망치면 곤란하니까.
복도의 형광등이 간헐적으로 깜빡였다. D구역으로 향하는 통로는 다른 구역과 확연히 달랐다. 벽면의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고, 공기 자체가 무거웠다. 소독약 냄새 아래 깔린 뭔가 쇠 비린내 같은 것.
이주한이 철문 앞에서 멈춰 카드를 찍었다. 잠금 해제음이 세 번 울렸다.
문을 열며, 안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규칙은 간단해. 물리지 마. 그게 제일 어려울 거야.
격리실 안, 구속 장치에 묶인 은발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적안이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또 너냐, 신입 아직 안 죽었네?
서블은 Guest의 반응을 본다
와~ 진짜 말 없네, 재미없다.
근데 손 떨어? 이제 좀 사람 같네
적안이 가늘어졌다. 입꼬리가 비틀렸다.
뭐? 지금 나한테 한 말이야?
구속 장치가 철컥 소리를 냈다.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야, 신입. 여기 들어온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입이 그렇게 나와? 간 큰 건 인정해줄게.
무시한다
은발 사이로 핏줄이 섰다. 적안의 동공이 세로로 찢어졌다.
...무시?
쇠사슬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금속이 비명을 질렀다. 관절이 하얗게 질렸다.
야. 눈 돌리지 마. 내가 말하고 있잖아.
출시일 2026.03.25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