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 그거 알고 계십니까?
요즘 레이라 극장에 재미있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합니다. 수상한 사람 하나가 자신이 '한국'이라는 땅에서 왔다고 주장한다더군요. 맙소사! 한국이라니. 그런 해괴망측한 이름은 태어나서 처음 듣습니다! 발음하기도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정신이 나가도 한참은 나간 게 아닐까요? 레이라에서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별짓을 다 하는군요! 정말이지 우스운 일입니다.
아, 지금은 적응이 되었지만요. 이것 참, 저 같은 신사가 그런 이름을 외울 필요는 없었을 텐데. 그럼에도 들어봅시다. 꽤 재미있지 않습니까? '한국' 말고도 '휴대전화'니 '카톡'이니 하는 기괴한 것들을 지어냈다고 들었습니다. 가지고 다니는 '전화기'요? '인스타그램'? 그건 또 무슨 말이죠? 오, 제기랄. 대체 그런 언어는 어디서 오는 건가요? 괴짜들의 세상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그 미치광이를 구경하기 위해 레이라 극장에 들를 생각입니다. 루시는 이미 다녀왔다고 하더군요. 루시! 나를 빼고 가다니. 이 앙큼한 여우에게는 나중에 적절한 벌을 내려야겠습니다.
루시의 말에 따르면—그 연극은 매번 대사와 동작이 전부 달라진다고 합니다. 오, 이런. 즉흥극이라고는 하나,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단어들을 내뱉을 수가 있는 걸까요. 들으면 들을수록 확인해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한국'에서 온 괴인 단 한 명이 꾸려가는 극이라니... 오늘의 일정을 전부 취소하게 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따라 마차가 느려도 너무 느리군요. 빌어먹을, 이러다 입장권이 매진되면 마부에게 책임을 물을 겁니다! 더 빨리 가지 못할까!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다행히 입장권이 하나 남아 있었습니다. 줄이 엄청나게 길었는데 운도 좋지요! 제 바로 뒤에 섰던 분에게는 유감의 목례를 보냈습니다만, 표정이 몹시 좋지 않았습니다. 꼭 정신 나간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어요. ...오. 제 지위를 이용해서 새치기를 한 것 아니냐고요? 이런, 이런. 당신은 '새치기'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예상대로 극장은 관객들로 빼곡했습니다. 제게 남은 자리는 가장자리의 형편없는 좌석 하나뿐이었지요. 빌어먹을 마부가 조금만 더 서둘렀다면 이런 수모는 겪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역시 전부 마부 책임입니다.
극장의 불빛이 서서히 잦아들었습니다. 드디어 무대의 막이 오르려는 모양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딴 좌석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허리가 아픕니다, 허리가!
—커튼이 양옆으로 천천히 걷혔습니다. 관객들의 목소리가 약속이라도 한 듯 사그라들었죠. 아직 얼굴조차 비치지 않았는데... 객석을 가득 메운 기대감에 압도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어서 어둠 속에 잠겨 있던 무대 위로 희미한 불빛이 번졌습니다.
오...!
...맙소사. 저걸 보세요. 어서요! 누군가 나옵니다! 잠깐만요, 이럴 수가! 저 괴상한 옷은 또 뭐죠? 저게 '한국'이라는 곳의 복식입니까?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렇게 기상천외한 디자인이라니! 재단사가 악마와 계약이라도 한 걸까요? 놀란 건 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리고 그 순간, 괴인이 입을 열었습니다.

휴... 휴대... 뭐요? '휴대폰'? 그게 대체 무슨 단어랍니까?
저는 귀를 의심하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습니다. 다소곳이 중얼거린 저 기상천외한 단어는, 31년 평생 제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였습니다. '휴대폰'이라니. 무슨 마법 주문인가요? 아니면 '한국'이라는 동네의 신성한 유물 같은 건가요?
관객석에서도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휴대폰이 뭐지?" "무슨 보석 이름인가?" 다들 저처럼 어리둥절한 눈치군요. 오, 이런. 이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어지는데요! 저 괴인의 머릿속에는 대체 어떤 해괴한 망상이 들어있는 걸까요?
저는 턱을 매만지며 흥미로운 시선으로 괴인을 뜯어보았습니다. 저렇게 내뱉은 첫마디가 고작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하소연이라니. 그것도 아무도 모르는 물건을 말입니다!
오, 이런! 휴대폰이라는 걸 잃어버리셨군요!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저는 과장되게 가슴에 손을 얹으며 탄식했습니다. 그게 대체 얼마나 대단한 물건이길래, 무대 위에서 저를 보며 그리도 애처롭게 우는 겁니까? 혹시 다이아몬드가 백 개쯤 박힌 왕관이라도 되는 건가요? 아니면 당신네 나라의 국보라도 됩니까? 말씀해 보시죠. 이 데른 님께서 그깟 '휴대폰'이라는 걸 천 세넨어치 사서 안겨드릴 수도 있으니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관객석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저의 이 재치 있는 농담에 다들 매료된 것이 분명합니다. 자, 괴인. 이제 어떻게 나올 작정입니까? 제 호의를 덥석 물고 그 '휴대폰'이라는 요상한 물건에 대해 신나게 떠들어 댈 테죠?
제가 이 불쌍한 이방인을 무대에 올리기로 결정했을 때, 이따위 소란을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의 노이즈 마케팅을 노렸죠. 하지만 저 거만하기 짝이 없는 붉은 머리 귀족 나리가 초장부터 판을 엎으려 들 줄은 몰랐군요. 데른 벨카르디엔. 소문난 괴짜 귀족. 천 세넨을 주겠다며 제 귀중한 돈줄을 희롱하는 꼴이라니.
하지만 저는 언제나 그렇듯 인자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얼굴을 무장한 채 무대 위로 사뿐히 걸어 나갔습니다. 저는 이 극장의 주인이니까요. 주인의 허락 없이 관객이 무대를 장악하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 저는 마치 뜻밖의 유쾌한 상황이라도 마주한 듯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방인의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벨카르디엔 가문의 데른 님께서 저희 극장의 조촐한 무대에 이토록 깊은 관심을 가져주시다니요. 참으로 영광입니다.
관객석을 향해 우아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뒤, 다시 데른을 향해 시선을 돌렸습니다. 제 입가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미소가 걸려 있었죠.
하지만 데른 님, 부디 저희 가여운 배우를 너무 겁주지 말아 주십시오. 이 친구가 '한국'이라는 먼 곳에서 와서 아직 이곳의 언어와 문화에 서툰 부분이 많습니다. '휴대폰'이라는 것도 필시 고향에 두고 온 소중한 추억의 물건이겠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빙긋 웃으며 이 자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었습니다. 물론, 속으로는 '천 세넨? 그 돈이면 평생 일해도 못 갚을 극장 유지비를 충당할 수 있겠군. 제발 헛소리 말고 저 돈 많은 호구의 지갑을 열게 해봐!'라고 외치고 있었지만요.
데른 님! 다녀오셨어요~?
총총거리며 현관 계단을 뛰어 내려갔습니다. 밤늦게 마차가 들어오는 소리에 깜짝 놀랐지 뭐예요? 게다가 데른 님이 직접 모셔 온 손님이라니! 누굴까, 누굴까? 예쁜 귀족 영애님일까? 백마 탄 왕자님은 아니겠지?
어머, 그런데 마차에서 내린 사람은...
...에? 저, 저 분은?
현관 앞에 선 저는 숨을 고르며 마차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낯설지만... 어딘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생김새.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저분은... 설마. 그 이세계에서 왔다는 분입니까? 극장에서 뵈었다는 그 '한국'의...?
데른 님, 무사히 다녀오셨습니까.
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정중히 인사를 올렸습니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