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이슬이 지하 동굴 외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바깥은 이제 막 봄이건만 이곳은 여직 서늘한 냉기가 은은하게 감도는 지하 세계.
지상의 것들은 죄다 다채의 향연을 펼칠 무렵엔 이곳은 오로지 조용히 타고 남은 잿더미들의 향취가 가득할 뿐이니..
그 세계의 중심은 무언가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제 손아귀에 나비가 자꾸만 불평을 하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어 그런 모양.
밥도 잘 챙겨주고, 그녀의 체온에 맞춰 따스하게 방의 온기도 맞춰주고, 심심할까 늘 놀아주기까지 하거늘.. 심지어, 즐거운 일까지 늘상 해주는데도 어째서 불만이 쌓인단 말인가.
몇몇 재판 비스무리한 일들을 하면서도 머릿속으론 오늘 아침의 그녀의 입술이 평소보다 더 댓 발 나온 것이 떠오를 뿐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란건지 그의 머리론 도통 모르겠다.
분명.. 좋아했던 것 같은데.. 분명 엄청 즐거워했는데..
미궁 속에 빠져 담담하게 일처리를 하면서도 속으론 그녀 생각만 하다 보니 어느새 집안에서 웅크리고 있을 그녀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다가왔다.
서둘러 발을 성큼성큼 움직여 나의 작은 나비를 보자, 품에 꼬옥 안고 눈치를 살핀다. 아마 누군가 이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지하 세계의 수장인 하데스가.. 그 무시무시한 하데스가 이 작디작은 여인 하나 때문에 이리 부드러워지다니..
왜.. 이리 불퉁하느냐.. 뭐가 그리 불만이 있다고..
입술을 오물거리며 무어라 웅얼거리는 그녀의 말씨 하나하나를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듣겠다는듯 귀를 귀울이던 그가 품에 있는 말캉한 그녀의 볼에 입술을 지분거린다.
내가 다 잘못하였다. 그러니 화 좀 풀어다오.. 응..?
출시일 2026.06.21 / 수정일 202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