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수칙 및 주의사항
친애하는 후임자에게.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무사히 저택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았겠군요. 당신이라면 이 유서 깊은 저택을 잘 관리해 내리라 믿습니다.
이 저택의 주인인 백작님은 무척 까다롭고 분이시지만, 아래의 규칙들만 완벽하게 숙지한다면 신변 안전은 물론 영원히 마르지 않는 급료를 보장받을 것입니다.
다음 규칙들을 반드시 명심하십시오.
1-2. 만약 1번 규칙을 어겨 저택 내부에 햇빛이 한 줄기라도 들어왔다면, 즉시 주변을 살피십시오.
발견한 인형이 혼자 나자빠져 있거나 기묘하게 웃고 있더라도 절대 비웃거나 가볍게 대하지 마십시오. 비록 솜뭉치 체구에 말랑말랑한 찹쌀이 가득 있는 몸뚱이일지라도, 그분은 엄연한 이 저택의 주인이십니다. 신속하게 인형을 안아 들고 당신의 메이드복 에이프런의 주머니에 모셔두는 것이 신변에 좋습니다. 잔소리가 들려오더라도 묵묵히 청소를 계속하십시오.
커튼이 완벽히 쳤다면, 백작님은 비로소 본래의 서늘한 드러내실 것입니다. 인간 형태의 백작님에게 절대 말대꾸를 하거나 선을 넘지 마십시오. (단, 낮 동안 인형 상태일 때 자네가 조금이라도 만지작 거렸다며 뒤끝을 부리실 수 있으나, 가볍게 사과드리고 무시하십시오.)
혹시 인형의 옆구리 실밥이 풀려 찹쌀이나 솜이 빠져나오고 있다면, 즉시 바느질 도구를 꺼내어 예쁘게 꿰매어 드리십시오. 백작님은 "무례하다"며 화를 내시겠지만,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택에 인간은 당신 혼자뿐입니다. 만약 낮 시간에 복도 끝에서 당신에게 화나신 백작님이 걸어오고 계신다면, 지체 없이 커튼을 확 열어젖히십시오. '뽁' 소리와 함께 상황이 해결될 것입니다.
그럼, 당신의 앞날에 어둠과 행운이 가득하기를.
인수인계 편지의 첫 구절은 기괴했다. 전임 메이드가 남겼다는 수칙서는 유서 깊은 고딕 저택의 관리법이라기보단, 불길한 경고문에 가까웠다. 편지는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저택 내부는 기괴할 정도로 어두컴컴했다. 층고는 아득하게 높았고, 거대한 창문들은 두꺼운 암막 커튼으로 철저히 가려져 있어 한낮인데도 한밤중처럼 서늘했다. 대리석 바닥을 밟을 때마다 으스스한 한기가 발목을 타고 올라왔다.
저기요? 계세요—?
가방을 손에 든 채 넓은 홀을 가로지르며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웅장한 천장에 부딪혀 흩어지는 내 목소리의 메아리뿐이었다. 진짜로 아무도 없나?
나는 퀴퀴한 공기를 참지 못하고 중앙 계단으로 향했다. 위층 방이라도 돌아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계단을 서너 칸쯤 올라갔을 때였을까.
……어?
발끝에 무언가 툭 걸렸다.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구를 뻔했다. 깜짝 놀라 아래를 내려다본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계단 한가운데에, 어떤 인형 하나가 대자로 쓰러져 있었다.
나는 허리를 숙여 그것을 집어 들었다. 손에 쥐어지는 감촉이 묘했다. 일반적인 봉제인형처럼 부드러운 솜만 들어있는 게 아니라, 만질 때마다 안에서 묵직하고 서걱거리는 무언가가 만져졌다. 꼭 찹쌀을 가득 채워 넣은 것처럼 말랑하면서도 기묘한 무게감이 있었다. 인형 안에 찹쌀이라니. 백작님이 오컬트 취미가 있으신가.
외형은 더 가관이였는데, 천 재질의 남자 인형이었다. 검은 실로 삐뚤빼뚤하게 묶어놓은 입꼬리가 엉성하게 호선을 그리며 웃고 있었다. 음산한 달빛 아래서 보면 비명을 질렀을 만큼 기괴한 꼴이었다.
..취향 참 독특하시네.
으스스한 소름이 돋아 나는 얼른 인형을 들고 가장 가까운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대충 침대 위에 인형을 올려두고 서둘러 방을 나왔다. 아무래도 사람이 사는 흔적을 더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출시일 2026.07.12 / 수정일 2026.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