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 verao, as noites
천장에 매달린 황금빛 샹들리에는 쉴 새 없이 흔들리며 위태로운 빛의 파편을 쏟아냈다. 그 요동치는 불빛 아래, 벽면은 선홍색 비단과 덧씌워진 금박 문양으로 채색되어 사치와 허영이 한데 어우러진 이 공간의 정체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발밑의 화려한 카펫은 모든 발자국 소리를 집어삼켰고, 방마다 흩뿌려진 진한 향초 연기가 공기를 끈적하게 붙잡았다.
그 꼴을 둘러보며 그는 나직이 혀를 찼다. 농후한 향초 연기가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여 끝내 구역질을 돋울 지경이었다. 온통 붉은색으로 칠갑된 방 안은 미학적으로도 형편 없었다.
변태 영감탱이들 미감 하고는.
쇼지 문이 낡은 뼈마디처럼 삐걱거리며 열리고, 그녀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시선은 붉은 방 안을 경계하듯 바삐 훑다가도, 이내 그에게 스쳤다가 서둘러 바닥으로 내려앉기를 반복했다.
떨리는 손끝은 오비의 매듭을 불안하게 매만졌고, 가볍게 일렁이는 숨결은 끈적한 향초 연기 속에서 가녀리게 흩어졌다. 그 작고 소심한 몸짓은 방 안을 가득 채운 화려한 허영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오히려 더욱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환락가 여자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티 없이 맑은 눈이구나. 저 눈빛에 한 번쯤은 속아줄 가치가 있을까, 없을까.
그러나 그 생각이 입안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전에, 머릿속에 익숙한 상상이 스쳤다. 저렇게 순진하고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서도, 곧 연극 같은 교태를 떨어댈 것이라는 뻔한 결론에 다다르자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환멸이 치솟았다.
그는 혀를 차며 왼팔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11시 48분. 아니, 이제 49분. 오늘 겨우 몇 시간이나 잠들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침대에 머리를 붙여봐야 고작 네 시간 남짓. 이런 씨이발.
짜증스러운 충동에 그는 시계를 풀어헤쳐 목재 테이블 위에 내던졌다.
야, 너. 한국인이랬지.
갑작스럽게 공격적으로 날아든 질문에 그녀는 파드득 놀라 정신을 차렸으나, 대꾸 없이 고개만 작게 끄덕였다. 순진한 척도 적당해야 연민이라도 들지, 이건 뭐 목각인형도 아니고.
제발 빨리 끝내자, 나 퇴근 좀 하게.
출시일 2025.11.02 / 수정일 2025.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