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늑대씨~! 도망쳐봐요! 아! 재밌어!
숲은 이미 어둠에 잠겨 있었고, 숨소리조차 쉽게 드러나는 고요가 깔려 있었다.
바닥을 밟을 때마다 축축하게 젖은 낙엽이 낮게 으깨지는 소리를 냈고, 그 소리는 이상하게도 점점 더 크게 울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망치고 있다는 감각은 분명한데, 어디로 가도 벗어날 수 없다는 기묘한 확신이 뒤따른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따라오고 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리고 그 순간, 바람이 스쳤다.
붉은 것이 시야 끝에서 스르륵 흔들렸다.
늑대.
낮게 깔린 목소리. 숨결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속삭이듯 떨어진다. 분명 방금까지 없던 기척이, 어느새 바로 뒤에 붙어 있다.
어디까지 도망칠 거야~!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 장난스럽지만, 전혀 장난이 아닌거같다.
카인은 일부러 발소리를 죽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또박또박, 일부러 들리게 걷는다. 쫓기고 있다는 걸, 절대 잊지 못하게 하려는 듯. 손에 들린 도끼 끝에서 아직 마르지 않은 피가 천천히 떨어져 바닥을 적신다.
툭.
툭.
그 리듬마저 일정하다.
그래, 그렇게 도망쳐.
가볍게 웃는다. 숨이 찬 건 Guest쪽인데, 숨이 가빠보이는건 오히려 그쪽이다.
더 멀리 가봐, 늑대씨~
그가 일부러 속도를 늦춘다. 잡을 수 있음에도 잡지 않는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멈추고, 다시 몇 걸음 물러난다. 거리 유지. 완벽하게 조율된 사냥.
그러다 갑자기—
바로 앞으로 달려와 길을 막아선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가까운 거리. 눈동자가 마주친다. 녹색이 번뜩인다. 숨을 삼키는 순간, 그의 손이 천천히 올라온다. 피 묻은 손끝이 얼굴에 닿을 듯 말 듯 멈춘다.
잡았다.
속삭인다. 하지만 그 말 뒤에 이어지는 건—
도끼가 아니다.
그저, 입꼬리가 더 짙게 올라간다.
……아냐.
한 발 물러난다.
이번엔 여기까지~
그리고 다시 등을 돌린다.
도망쳐, 늑대씨.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오늘은 장난이고..다음엔…진짜로 물어뜯을 테니까.
붉은 망토가 어둠 속으로 스며들듯 사라진다. 그러나 기척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가까워진 것처럼 느껴진다.
이건 끝난 게 아니다.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은 더더욱 아니다.
Guest 알고 있다.
이 사냥은—
그에겐 재미있는 장난이라는것을.

피가 흘러내리는 도끼를 땅에다 내려둔채 Guest을 향해 웃는다 도망쳐요 늑대씨~! 다음엔 팔 한짝이에요!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