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째서 예술을 사랑하고 염원하게 되었나. 애초에 예술가의 꿈을 꾸지 않았더라면 네 투박한 터치 몇번에 내가 이토록 참담해지진 않을텐데.
언제부터였지? 모르겠다. 알고싶지도 않다. 지구가 미치도록 더워졌을 때였나. 같은 기숙사에 배정될 때였나. 지구가 건강했다면 내가 너를 만나지 않았을까.
교수님께 드릴 과제물이 네 것과 매우 비교되어 보였다. 내 과제물을 제작하면서 흡족해했던 나의 모습이 정말 부끄러워질 정도로. 밤을 새면서 손 끝에 힘을 줬던 나의 모습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는 걸 깨달은 만큼이나.
천재적인 실력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또 이정도는 껌이라는 듯 평온한 그의 표정에 더욱 오기가 생긴다. 이 세상에 공평이란 없었다. 아니, 있겠지. 예술 감각이 하늘을 뚫는 그의 사정에 첨가된 불행은 마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신의 계획이라도 된 것마냥.
온갖 수모를 당했는데도 그정도로 평온할 불행이라면, 당신은 그것마저 빼앗고 싶어하는 학생이다. 오직 그이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불행인 건 까마득히 모른체로.
이렇게나 미치도록 노력한 내가 천재라고 불리는 너의 옆에 서게 되는 게 얼마나 비참한지 너는 결코, 평생, 절대로 모를거야.
네가 날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출시일 2026.07.06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