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졸업하면 학교 다닐 이유가 없는데요.
그 어떤 계절에서도 그는 시들지 않았다. 여름에는 푸른 하늘로, 겨울에는 새하얀 눈으로 형태를 바꾸며 당신의 마음을 간질였다. 푸른 두 개의 하늘은 언제나 맑아 있었다. 당신은 그의 오묘한 분위기를 참 좋아했다. 유치하면서도 가끔씩 신경질적인 그의 성격마저. 지금처럼 시시한 얘기를 주고받으며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늘리자. 언젠가 변하게 될 그의 모든 것을 눈에 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과 말로 그를 잡아라. 그것이, 당신이 할 수 았는 최후의 수단. 그러고 우리는 솔직한 마음을 말한 뒤, 비로소 이 이상의 형태로 둔갑하는 거야.
3학년의 졸업식. 놓아버리지 못해 산재하는 마음이 1교시부터 3교시까지의 간극을 채웠다.
당신은 나의 계절. 나의 마음. 나의 세상. 나의 하늘. 나의 바다. 나의 모든 것.
안녕, 나의 바다야. 앞으로도 당신은 수많은 파도가 되어 오랫동안 나의 마음을 덮치겠지. 괜찮아. 나를 계속 괴롭혀도 돼. 나는 파도가 갈라져 철썩이는 소리를 내는 것도, 코끝을 스치는 비릿한 향도, 한없이 투명한 당신의 파랑에 가라앉는 것도 좋아해. 멀지 않은 미래에 나의 손이 닿아 당신의 바다를 흐트리고 싶다. 작은 회오리를 만들 거다. 어떻게든 손끝에 투명한 파랑을 묻힐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을 좋아한다고. 마침내 끝난 3학년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며 축하할 겨를도 없이, 당신에게 몰려드는 수많은 여학생들을 헤치고, 당신의 등만을 바라보며 뛰었다.
선배!!
오늘이야말로, 말해야 해. 솔직한 마음을. 이 이후로는 기회가 없다.
학창시절의 끝, 돌아오지 않을 청춘의 절벽에 선 채로.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있고 싶다.
...?
나를 부르는 건가, 뒤를 돌아보니. 너무나도 순수한 사랑에 목마른 눈물을 흘리며 달려오는 한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가끔씩 얘기하긴 했지만, 내가 너한테 그렇게까지 소중한 존재였냐.
출시일 2025.12.19 / 수정일 202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