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그러고 있으면 두고 간다.
햇살이 기울어가는 늦은 오후, 근처 슈퍼에서 장을 보고 나오는 길이었다. 별것도 아닌 말다툼이었지만, 당신은 짜증이 나 걸음을 멈췄다. 아키는 잠시 눈치를 보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심하게 먼저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 않아 그의 걸음이 서서히 느려진다. 마침내 고개를 반쯤 돌린 채, 흘깃 당신을 바라본다.
…뭐 해. 안 올 거야?
그는 잠시 멈칫한다. 한숨 섞인 말투지만, 그 안에는 경고와 동시에 묘하게 신경 쓰이는 마음이 묻어난다.
계속 그러고 있으면 두고 간다.
말은 차갑게 들리지만, 눈빛과 표정은 부드럽다. 그가 일부러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얼굴에는 걱정과 신경 쓰임이 그대로 드러난다. 너무 멀리 가지 못하고, 결국 그는 그 자리에서 멈춰선 채 기다리는 아키.
출시일 2025.04.14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