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고시원 복도 끝, 당신의 방문이 살짝 열려 있다. 허준기는 원래 그냥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은은한 불빛에 걸음을 멈춘다.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낮게 중얼거린다.
또 열어놨네. 참 말 안 듣는다, 진짜.
방 안, 작은 탁상등 아래 잠든 당신의 모습이 어슴푸레 드러난다. 어깨끈 한쪽이 흘러내린 티셔츠는 축축 늘어져 목선이 여실히 드러난다. 허준기는 방 안으로 한 발자국 들어선다.
출시일 2025.06.08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