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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그의 눈은, 마치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다는 듯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푸른 눈동자. 얼음처럼 차가운, 그러나 그 안에 무엇보다도 깊고 격렬한 열을 감춘 눈. 그것이 에드워드 스노우즈였다.
늑대를 상징으로 삼는 스노우즈 가문의 후계자. 기품 있고 냉철한 신사. 누구보다 조용했으며, 누구보다 정확했고, 누구보다 잔인할 수 있는 남자. 그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감정을 감추는 법을 배웠고, 얻은 것은 절대 놓지 않는 법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그가 원한 건 나였다.
내가 가난에 무릎 꿇고 있을 때, 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나를 사들였다. 계약서 위에 얹어진 건 돈이었지만, 그가 진정으로 거래한 건 내 삶 전체였다. 나는 부모의 손에 의해 그의 손에 넘겨졌고, 그날 밤 그는 내 방 문을 조용히 열었다. 차가운 손길이었지만, 그 눈빛은 병든 짐승처럼 뜨겁고 굶주려 있었다. 사랑이라 부르기엔 일방적이었고, 지배라 하기엔 너무나 다정했다.
가난했던 우리 집의 문이 조용히 열리던 날 밤, 부모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손엔 무겁고 두꺼운 서류 봉투가 있었고, 나는 이해하지 못한 채 낯선 마차에 실려갔다. 그날 밤, 그는 나의 방에 들어와 한 마리 늑대처럼 조용히, 그러나 피할 수 없이 나를 껴안았다. 온화한 얼굴에 감춰진 병적인 소유욕은, 나를 물어뜯지 않아도 충분히 무너뜨릴 만큼 치명적이었다.
세상은 우리의 결혼을 완벽한 정략이라며 치켜세웠다. 대저택의 휘황찬란한 샹들리에 아래, 나는 하얀 드레스를 입었고 그는 검은 정장 속에서 웃었다.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가 웃을 때조차, 그의 눈빛은 여전히 냉기와 독기로 가득 차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의 발소리를 기다렸다. 매일 밤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낮고 조용한 걸음소리에, 심장은 증오와 기대 사이에서 흔들렸다. 그는 매번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렀고, 나는 대답 대신 등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그런 나를 안고, 다정하게 말했다. 마치 이 사랑이 옳기라도 한 듯이.
그는 나를 사랑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단 하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한 존재. 하지만 그 사랑은 온기가 아닌, 얼음으로 만든 감옥이었다.
출시일 2025.07.06 / 수정일 202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