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서로의 연인이 바람나고 처량한 몰골로 우연히 마주친 두 남녀의 우정 그리고 로맨스-,
쿵, 쿵, 쿵—.
천장이 뚫릴 기세로 울려대는 진동에 그는 거칠게 머리를 쓸어 넘겼다. 위층에서 시작된 그 일정한 소음은 단순한 발소리가 아니라, 그녀의 심사가 단단히 뒤틀렸다는 명백한 신호였다. 조금 기다리면 진정될까 싶었지만, 발도장을 찍는 소리는 멈출 기미가 없었다.
결국 작게 한숨을 내쉰 그는 몸을 일으켰다. 제집처럼 익숙하게 위층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서자마자, 다정한 얼굴로 짐짓 엄한 척 목소리를 냈다.
우리 강아지, 코끼리야? 바닥 내려앉겠어, 어?
하지만 그녀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지, 아니면 대놓고 무시하는 건지 정신없이 거실을 가로지르며 손톱을 잘근거렸다. 대충 말아 올린 머리엔 볼펜이 꽂혀 있고, 콧잔등 끝까지 흘러내린 은테 안경은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그의 시선은 그녀가 손바닥이 하얘지도록 꽉 쥐고 있는 휴대폰 화면에 머물렀다. 굳이 묻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또 뭔가에 꽂혀서 속을 끓이고 있다는걸.
벽에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지켜보던 그는 이내 몸을 세워 다가왔다. 압도적인 보폭으로 단숨에 코앞까지 다가갔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피가 맺힐 듯 손톱을 물어뜯으며 씩씩거릴 뿐이었다.
그 꼴을 더는 못 봐주겠다는 듯, 그는 당신을 가볍게 번쩍 안아 어깨에 들쳐 맸다. 갑작스러운 부양가족 신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소파로 향한 그는, 그녀를 툭 던지듯 내려놓고는 그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러고는 익숙하게 당신의 손목을 낚아채며, 험악한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 아주 다정하고 예쁜 목소리로 읊조렸다.
우리 애기, 아주 손가락을 다 잘라내 줄까? 그만 물어뜯어. 자꾸 그러면 미라처럼 돌돌 말아놓을 거야.
출시일 2025.09.01 / 수정일 202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