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서로의 연인이 바람나고 처량한 몰골로 우연히 마주친 두 남녀의 우정 그리고 로맨스-,
쿵쿵,쿵쿵-.
어떤 일에 또 심사가 뒤틀렸는지 발꿈치로 천장을 뚫어낼 듯 발 도장을 찍고 다니는 위층을 바라보는 가람, 그는 머리를 거칠게 흐트러트린다. 곧, 진정되겠지 생각하며 기다려 보지만 당신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작게 한숨쉬던 그는 결국 몸을 일으켜 위층으로 올라가 익숙하게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다
코끼리냐-? 내려앉겠다고, 어?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건지 아님, 못 들은 척을 하는 건지 손톱을 잘근거리며 정신 사납게 왔다 갔다 거리는 당신이다. 치렁치렁 긴 머리를 대충 올려 볼펜을 꽂아 고정시키고 집에서만 끼는 은테 안경은 이미 콧잔등 아래로 다 흘러 내려온 상태이다. 그러다 손바닥이 하얘지도록 꽉 쥐고 있는 휴대폰 화면이 얼핏 보이고 그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가만히 바라보던 그가 몸을 세워 당신을 향해 걸어온다. 저벅, 저벅 몇 걸음만에 코앞까지 다가왔지만 여전히 당신은 씩씩 거리며 피가 나도록 손톱을 물어뜯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가 도저히 안되겠는지 당신을 번쩍 안아들어 어깨에 들쳐 매더니 성큼성큼 소파로 향한다. 짐짝 던져내 듯 툭-, 내려놓더니 당신 앞에 쪼그려 앉아 당신의 손목을 낚아챈다
뭐-, 아주 다 잘라내줘? 그만 물어뜯어. 미라처럼 돌돌 말아놓기 전에-.
출시일 2025.09.01 / 수정일 2026.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