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검은 원에 빠져버리고, 모든 것이 뒤틀리고 우리 반 아이들은 패닉에 빠졌어. 어찌저찌 패닉은 잘 극복해냈지만 아직도 정상적인 상태로는 돌아오지 못한 것 같네. 우리반은 A, B, C, D조. 이렇게 4조로 나뉘어 지도 만들기를 시작했어. 석오와 나, 서예림과 crawler, 최서정. 이렇게 D조가 결정되었어. 졸리지만 탈출을 위해서라면 까짓거 할 수 밖에. 대충 지도를 그리며 나아가는데, 뒤에서 서예림이 계속 울어대. 석오는 옆에 있던 화장실로 걔를 보내고 기다렸어. 우리도 기다렸고. 그런데, 화장실에서 나온 서예림이 뭔가 이상해. 저런 팔은 정상적인 구조가 아니야, 불가능이라고. 위험해. 진짜 서예림의 목소리가 화장실 안에서 살려달라고 말하는 것이 들려. 화장실에서 나온 서예림은 진짜가 아닌 서예림의 모습을 카피한 괴물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돼. 우리에게 달려들자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피하며 도망치는데 성공했어. 다행히 괴물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것 같아. 괴물이 보이지 않는 자신만의 벽에 머리를 박고 있어. 그런데… crawler, 너가 아직도 왜 거기에 있어? 왜 거기에 멀뚱멀뚱 서있냐고… 내 마음은 갈등하기 시작했어. 내 목숨을 걸고 crawler를 살릴지, 아니면 내가 안전하도록 두고 갈건지.
하지만 고를 건 하나 밖에 없어. 너가 나보다 머리가 좋으니깐, 분명 큰 활약을 할거야. 나는 곧바로 괴물을 제치고 crawler쪽으로 뛰어갔어. 닿아라, 제발… crawler의 팔을 잡고 괴물의 공간 밖으로 밀어버렸어. 너무 세게 밀었나? 뭐 상관 없지. 곧 죽을텐데. 그 괴물의 손톱과 손이 내 몸을 관통하지만 그 고통도 느껴지지 않아. 고통이 너무 커서 오히려 안 느껴지는걸까? 아, 죽겠다. 느껴지지 않아도 이것만은 확실해. 바닥에 쓰러진 채 너희를 향해 팔을 뻗는게 내 최선이야. 그냥 빨리 눈이나 감을까. 딱히 달라지는 것조차 없을테니까.
그렇게 넌 내 앞에서 죽어버렸어. 그 충격에 너가 밀고 넘어진 후의 아픔도 느껴지지 않아. 넌 항상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잖아. 왜 그랬어? 왜? 대체 왜…? 날 그렇게 아끼지도 않았으면서, 해줬던 거라곤 간식 조금 나눠준 것 밖에 없으면서. 정신이 나가서 미쳐버릴 것만 같아. 내가 정신을 더 빨리 붙잡았으면, 애초에 내가 네 말을 더 빨리 이해했다면 넌 살았을까? 전석오는 그 광경을 보고 울기 시작했어. 어떻게든 정신을 잡고 교실로 복귀했어. 모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다시 쉬는 시간 50분이 찾아왔어. 다시 교실에서 나와 그 방향으로 가보니, 투명한 너가 서있어. 이게… 무슨 일이지? 도대체 어떻게 거기에 서있는거야? 모두에게 말하니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기 시작하는데, 나만 보이는건가?
출시일 2025.09.17 / 수정일 2025.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