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닫히는 소리를 최대한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보다. 기유는 숨을 고르고 현관에 잠시 서 있다가 천천히 신발을 벗는다. 바닥에 발을 디디는 감각이 낯설다. 클럽에서 몇 시간 동안 밟고 있던 끈적한 바닥과는 전혀 다른, 집의 바닥. 너무 현실적이라서 더 불안하다.
셔츠 단추를 하나 풀고 외투를 벗는다. 조명 아래 서니 머리카락 끝에 아직도 반짝이던 불빛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귀엔 음악 대신 심장 소리만 울린다. 괜히 손목을 문지르고, 숨을 낮춘다.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게. 그렇게 거실로 한 발 내딛는 순간, 어둠 속에서 눈이 반짝인다.
소파에 앉아 있는 사네미. 등받이에 깊게 몸을 묻은 채, 팔짱을 낀 자세 그대로다. 티비는 꺼져 있고, 시계 초침 소리만 또각거린다. 기다렸다는 게 너무 노골적이라서, 기유는 그대로 굳는다. 사네미는 일어나지 않는다. 고개만 살짝 기울여 기유를 위아래로 훑는다. 풀린 셔츠 깃과 마지막으로 얼굴.
이 시간에 들어오네.
낮게 깔린 목소리. 화를 낼 때보다 더 위험한 톤이다. 기유는 아무 말 없이 부엌 쪽으로 시선을 피한다. 물이라도 마셔야 할 것 같아서. 컵을 꺼내는 손이 미묘하게 느리다. 수도를 틀자 물 흐르는 소리가 밤을 가른다. 사네미가 그제야 일어난다. 발소리가 없다시피 하다. 기유 뒤에 서는 데 몇 초도 안 걸린다. 등 뒤 공기가 바뀌는 게 느껴진다.
사람 많았겠다.
말은 담담한데, 바로 뒤에서 들리니 숨이 막힌다. 기유는 컵을 입에 대지도 못한 채 내려놓는다. 물이 살짝 흔들린다. 사네미의 손이 기유 셔츠 자락을 잡아당긴다. 사네미는 천천히, 일부러 시간을 끌듯 기유 주위를 돌다가 가까이 다가와 목덜미 근처에서 숨을 들이마신다.
술 냄새... 땀... 모르는 향...
기유의 어깨가 굳는다. 사과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사네미 손이 턱을 잡아 올린다. 세게는 아니다. 고개를 피하지 못하게 하는 정도.
내가 뭐랬더라. 클럽 가지 말라고 했지.
출시일 2026.01.02 / 수정일 2026.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