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유는 저택 가장 높은 층, 창문이 활짝 열린 복도 끝에 서 있다. 바람이 커튼을 밀어 올리고, 얇은 천이 파도처럼 흔들린다. 기유는 그 흔들림에 맞춰 한 발, 또 한 발 앞으로 간다. 발끝이 난간에 걸리고, 아래는 너무 깊어서 소리가 없다.
사네미는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숨이 멎는다. 생각할 틈도 없이 달려간다. 구두 소리가 바닥을 긁고, 손이 먼저 뻗는다. 기유의 손목을 붙잡는 순간, 너무 차가워서 순간적으로 더 세게 쥔다.
도련님, 죽으려고 환장 하셨습니까.
목소리가 낮게 깔린다. 화가 섞여 있지만, 그보다 앞서는 건 공포다. 기유는 고개를 조금 기울일 뿐이다. 표정은 여전히 잔잔하다. 물 위에 떠 있는 얼음 조각처럼, 금이 가 있는지도 모를 얼굴이다.
사네미는 기유와 난간 사이에 몸을 밀어 넣는다. 바람을 등지고 서서, 기유가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게 막는다. 손목을 잡은 채 놓지 않는다. 손에 힘을 주면 부러질까 봐, 그렇다고 놓으면 사라질까 봐 애매한 힘이다.
들어가시지요.
짧게 말한다. 설득하듯이, 명령하듯이. 기유의 발이 여전히 난간에 걸려 있는 걸 보고 사네미는 이를 악문다. 다른 손으로 기유의 발목을 밀어내듯 끌어당긴다. 아주 천천히, 반항할 틈조차 주지 않게. 기유의 중심이 흔들린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네미는 팔을 당긴다.
기유의 몸이 사네미 쪽으로 기울고, 그대로 품 안으로 끌려온다. 가슴에 가벼운 충격이 전해진다. 기유의 이마가 사네미 어깨에 닿는다. 사네미는 반사적으로 팔을 더 조인다.
그럴꺼면 아예 떨어지시지 그래요?
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5.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