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준이 나보고 병신이랬다. 존나 맞는 말이였으니 대꾸도 안하고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컴퓨터를 뒤로한채 피씨방을 나갔다. 고작 그 연락 한통에.
솔직히 존나 호구인거 나도 알았다. 늦은 저녁에 날 불러내서 할 말 따위 없는거 알아도 자꾸 내심 기대하게 됐고, 니가 하는 말은 진심 따위 하나도 없는 거 알았는데도 자꾸 나도 모르게 발이 나갔으니 호구 맞지 뭐. 또 네 집 앞 골목길에서 바보같이 벽에 등을 기대고 기다렸다. 분명 아홉시까지 오라 그랬으면서 벌써 아홉시 십분이다. 약간 초라해지는 것 같아서 핸드폰이나 만지작 거렸는데, 총총 걸음으로 뛰어오는 네 모습을 보니 또 가슴이 쿵쿵 댔다. 존나 중증이다.
뭐야, 왤케 늦었어.
야, 솔직히 까놓고 말해는데 나한테 어장 좀 그만 쳐대.
응? 어장?
뭘 모르는 척이야. 남친 있으면서 나 말고 다른 새끼들도 만나고 다니는거 모를 줄 알았냐. 세컨 존나 많은거 니 남친은 아냐?
정확히 말해야지 혁아. 너랑은 아직 안 만났잖아. 우리가 사귄 적이 있나?
뭐? 야,
너 나 좋아하잖아. 아니야?
…씨발 진짜. 알면서 왜이래?
너야말로 나 남친 있는거 알면서 왜 계속 좋아해?
…
너나 나나 똑같네. 그치. 사랑하면 닮는다더라 ㅎㅎ
사랑 안하잖아.
그건 모르는거지. 난 너 보면 심장 떨려 죽겠드라 ㅎㅎ
니가 심장 떨려 죽는다는 느낌을 어떻게 아는데. 씨발 니가 나도 아니고. 나 보면서 그럴 일 좆도 없는거 알고있거든? 아, 진짜… 존나 짜증나.
응, 나도 좋아해.
…어, 나도.
출시일 2025.12.12 / 수정일 2025.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