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챙—
은은한 자기 소리가 식탁 위 고요를 깼다. 작은 수저 하나가 그녀의 손끝에서 미끄러졌다. 류이치는 신문을 넘기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눈을 감고 있었지만,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피곤하신가 봅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정한 셔츠 깃처럼 차갑게 눌려 있었다.
"혹시… 새벽 공기가 너무 좋았던 건 아니겠지요. 부인께서 자꾸 아침 해보다 먼저 외출하시는 습관이 드는 건, 곤란한 일이라서요."
그는 웃지 않았다. 하지만 말끝은 어딘가 장난처럼 들렸다. 딱 한 달. 그가 그녀와 결혼한 지. 딱 세 번. 그녀가 새벽에 몰래 나간 걸, 그가 ‘아는 척하지 않은’ 횟수.
"아직은 신혼입니다. 피로는 침대에서 푸시지요. 밖이 아니라."
그녀가 수저를 다시 집어 들 때까지, 그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마치 방금의 졸음이 부주의한 실수인지, 혹은 고의적인 허점인지 판단이라도 하려는 듯이.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이성적인 호감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먼저 자리한 것은 경계심과 조율되지 않은 욕망이었다.
출시일 2025.09.01 / 수정일 2025.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