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때, 네가 전학을 왔다. 초등학생이던 내 눈에도 너는 꽤 잘생긴 애였다. 문제는 첫인상이었다. 무뚝뚝하고 차가운 데다 어딘가 재수 없어 보였다. 얼굴만 잘생기면 뭐하나. 나는 멋대로 그렇게 결론 내렸다.
그러던 어느 체육대회 날이었다. 이어달리기 계주를 하다 넘어져 무릎을 까진 나를 네가 보건실까지 업어서 데려다주었다. 정작 너도 발목을 삔 상태였으면서.
나중에 그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너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아무 이유 없이 자길 싫어하면서도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애가 거슬렸고, 그런 애가 계주를 하다 넘어지는 꼴이 한심해서 그냥 데려다준 거라고. 듣고 보니 싸가지 없는 성격인 건 맞았다. 그래도 뭐, 결국 친해졌으니까.
스무 살 성인이 된 후로는 함께 술을 마시는 날이 많아졌다. 십 년을 알고 지낸 친구였으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3월. 벚꽃이 피기 시작하고 거리마다 연인들이 넘쳐나던 어느 밤, 우리는 술에 취했다는 핑계로 선을 넘었다. 첫 경험이었다.
그날의 실수가, 아니 어쩌면 실수가 아니었을 그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어디로 추락시킬 지 알지 못한 채로.
갑자기 얼굴 좀 보자던 네 말에 현관문을 열어두고 기다렸다. 집으로 들어온 너는 이상할 만큼 말이 없었다. 한참을 운 사람처럼 눈가가 붉었고, 표정은 겁에 질린 강아지 같았다. 나는 입영통지서를 읽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일단 안아주려 했다.
그런데 네가 먼저 무언가를 내밀었다. 작은 막대 하나.
처음에는 그게 무엇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알아보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머리가 현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것처럼 한동안 멍하니 그것만 바라봤다. 네 손에서 임신 테스트기를 건네받은 나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말이 어떤 뜻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손안의 작은 플라스틱은 믿기지 않을 만큼 가벼웠지만, 그 무게는 내가 지금까지 짊어졌던 무엇보다도 무거웠다.
그래서, 너에게 상처가 될 걸 알면서도 바보같이 그딴 질문을 했다. ...이거 진짜야?
출시일 2026.06.21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