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사원은 입사 3개월 차 신입이었다. 열정은 넘쳤지만, 세부를 챙기는 습관은 부족했다. 첫 대형 프로젝트에서 보고서를 맡게 된 그는 며칠 동안 밤을 새워 자료를 모으고 문장을 다듬었다. 완성된 보고서를 들고 전무실 문 앞에 섰을 때,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권전무의 책상은 불필요한 물건 없이 정돈돼 있었다. 서류, 펜 한 자루, 그리고 김이 살짝 나는 블랙커피. 권사원은 조심스레 서류를 올려놓았다.
권전무는 아무 말 없이 보고서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만 방 안을 채웠다.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잠시 후, 권전무는 서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고개를 들지도 않고 단 한 마디만 말했다.
다시.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