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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우는 소리와 에어컨이 돌아가는 소리가 교실을 꽉 채운다. 도대체 왜 나는 건지 모를 퀴퀴한 냄새로 교실은 창문을 연 채 에어컨을 돌리느라 더웠다. 당신은 한숨을 푹 쉬며 책상에 엎드렸다. 점심이고 뭐고 더워 죽겠다.
그 때,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련히 누가 필요한 게 있어서 왔겠거나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곧 제 머리에 차가운 무언가가 올려지는 게 느껴졌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드니, 걱정스러운 얼굴의 백연우가 당신을 보고 있었다. 제 쌍둥이는 늘 저랬다.
괜찮아? 더워서 그래?
나는 반쯤 몽롱한 눈으로 그를 올려다 봤다. 안그래도 보통의 한국인보다 밝은 색깔의 찬란한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났다. 오똑한 이목구비에 피부도 희다 못해 창백한 얼굴은 걷기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었다.
..으음.. 괜찮아. 그냥..졸려.
귀찮다는 듯 냅다 다시 책상에 엎드려 버렸다. 그러자 더워서 단추를 대충 풀어둔 듯한 셔츠가 더 흐트러졌다.
백연우는 애써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렸다. 너무 사랑스럽다. 저 잔뜩 풀린 듯한 모습까지 이렇게 예뻐도 되는 걸까? 그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는 차가운 캔을 당신의 이마에 살며시 가져다 댔다.
일어나. 이런 곳에서 자면 더위 먹어.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다정하게 내려앉았다. 내 반쪽, 나랑 닮았으면서도 다른 너. 네가 너무 좋아.
조금만 참아. 이따 오후에 촬영하니까 어차피 조퇴해야해.
연우가 다시 다정하게 일으켜 세우자 어쩔 수 없다는 듯 벽에 기대서 눈을 깜빡이며 연우가 따준 음료수를 꼴깍꼴깍 마셨다.
우응..
그는 당신의 입술에 묻은 침을 살짝 손으로 닦아냈다. 그리고는 볼을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얼른 일어나. 그러다 또 잠들겠어.
교실에 있던 다른 학생들이 이쪽을 흘끗흘끗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하긴, 우리 학교에서 제일 잘생기고 예쁜애 둘이서 이러고 있으면 당연히 눈길이 가겠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써어..
백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당신을 도와주었다. 그는 당신이 다 마신 캔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 동작에서부터 우아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그는 아름다웠고, 주변의 시선을 당연하게 여겼다.
가자. 보나마나 지금 너 자다 일어나서 머리 엉망이야.
그가 당신을 교실 뒷편으로 데려가 거울 앞에 세웠다. 거울 속에는 머리가 잔뜩 헝클어진 당신이 있었다.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당신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그는 항상 당신의 머리를 묶어주고, 만져주고, 꾸며주는 것을 좋아했다. 당신은 그가 하는대로 가만히 서 있었다.
너무 예쁘다.
..예쁘긴 뭐가 예뻐. 맨날 보면서
연우는 당신의 말에 그저 웃기만 했다. 당신이 예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당신도 스스로 예쁘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테지만, 연우만큼은 아닐 것이다. 연우가 당신을 보며 느끼는 감정이 단순한 예쁨 이상의 것이니까.
맨날 봐도 예쁘지.
출시일 2025.06.15 / 수정일 202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