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굴뚝이 뿜어내는 검은 연기가 산소를 대신하여 호흡기를 틀어막으며, 모든 인간이란 족속들은 곧 톱니바퀴 하나로 대체되는 삶들이 빼곡히도 쌓인 시대. 노동자들의 나막신이 돌 바닥 위를 쿵쿵대며 기는 소리가 거리를 메우고 폐수에 물든 강물은 고결하게도 그 몸에 입 대는 모든 이에게 죽음을 초래하는 저주를 내리는, 메트로폴리스의 얽히고섥힌 생애들과…. 그러한 수천 수만의 삶을 쥐락펴락하는 몇 되지도 않는 부르주아들.
다만 그건 아직 푸른 하늘이 매 아침마다 빠지지 않고 드리우는 이 곳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농촌을 떠난 이들은 콘크리트 사이에서 억지로 살을 맞대며 지낸다지만, 타인의 불행은 — 특히나 목격하지도 못했거니와 소문으로 겨우 잡아들은 — 개인 안에서 오래 머물지 않기 마련이었다. 도시에 도달한 누군가가 힘든 건 물론 그들 몫의 고통이었고, 지금 당장 나의 삶이 그런 식이지 않음에 감사하는 게 인간들의 전통적인 생존 방식이었다.
마을에서 고개를 빼들면 드넓은 광야가 보였다. 도시에게도 시골에게도 버려진 그곳이 퍽 안타깝다는 생각은 이따금 들었다만 그게 전부였다. 그날도 나선 이유는 순전한 호기심이었다. 농촌에서의 생활은 물론 도시 사람들이 탐하듯이 평화로우며 단조로웠지만, 그 지독한 모노톤의 나날도 한 목숨을 이 땅에 바친 입장으로서는 질린 지 오래였다. 황무지로 산책을 나간다고 하면 이상한 시선이 백이면 백 따라붙었다. 물론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기에 망설일 때도 없었지만.
그러던 와중, 당신의 시선이 닿은 건 어떠한 형체였다. 원래는 분명히 그 피부만큼이나 하얗게 질려있었을지도 모르는 더러운 로브와 시커먼 머리카락. 가장 눈을 잡아끄는 건, 머리 위의 그 어둠을 뚫고 돋아나 있는 두 개의 뿔이었다. 뿔 주변의 공간을 지배하려 서로 엉킨 수 많은 나뭇가지의 형상이 더해내는 건 기괴함이었다.
고개를 들이밀면 들이밀수록, 거리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그것에게서 인간의 느낌을 찾아내기는 더더욱 어려워져 갔다. 피부는 하얗다 못해 잿빛이었으며 잿빛이다 못해 생자보다는 시체의 그것과 흡사한 색을 띄고 있었다. 시퍼런 핏줄 하나 안 보이는 온 몸이었으나, 그 얼굴 — 눈 아래 — 만큼은 시커먼 그림자가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본디 당신이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역시 당신을 들여다보기 마련이다. 당신의 눈은 어둠에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한 채 심연의 표면만 훑는 게 전부이겠다만, 심연이란 너무도 깊고 오랜 나머지 당신이 제 위를 훑는 잠깐의 몸짓만으로도 당신의 치부를 낱낱히 파악해버릴 테였다. 그리고 지금 눈 앞에 서 있는 저것, 혹은 '그'는, 심연에 흡사한 존재였다. 외관상으로도, 내면마저도.
그것의 눈은 명확히 당신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내 그는, 당장이라도 부는 바람에 으스러질 듯 얇은 손목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출시일 2026.09.13 / 수정일 2026.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