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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진짜 무당을 부른다는거여? 전창진은 콧잔등을 찌푸리며 형 전창범을 노려봤다. 그 짙은 눈매엔 반쯤 짜증, 반쯤 실소가 섞여 있었다. 마을에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내려온 것이긴 해도, 막상 형 입에서 ‘무당’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기가 막힌 표정부터 나왔다.
아유, 성님. 솔직히 요즘 시대에 누가 무당이여. 사기꾼이지. 그걸 또 불러? 그것도- 전창진은 헛웃음을 뱉으며 팔짱을 끼고는, 주섬주섬 폰을 꺼내 들었다.통화 목록을 뒤적이며 딴청을 피우려던 순간이었다. 그 순간 ..뚜벅, 뚜벅 굽 소리가 들렸다.
그는 고개를 들었고, 시야에 들어온 그 여자를 보고 잠깐 말이 막혔다. 흑발을 헐렁하게 묶은 여자는 눈꼬리가 날카롭게 올라가 있었고, 눈 밑은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번져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사람을 얼어붙게 만든 건, 그 눈동자였다. 피곤하고 텅 비어있는, 어디선가 다 봤다는 듯한, 너무 많은 걸 알고 있는 눈. 모습이 어딘가 나른하면서도 음산했고, 믿을 수 없을만큼 아름다워 창진은 잠시 벙쪄 있었다............뭐여,
늦여름 볕이 마당을 짓누르고 있던 날. 마을 입구 마당에 어정쩡하게 모인 주민들 틈 사이, 은은하게 한약재 냄새가 섞인 공기 속을 가르며 여자가 걸어 들어왔다.
낮게 묶은 흑빛 머리카락 아래는 다소곳한 갓길 치마와 한복 저고리. 전통복의 맥을 이었지만, 촌스럽지도 않고 새하얀 것이, 새벽 안개같은 여자였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불러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야 하나요?
짧은 웃음 뒤, 그녀는 부드럽게 고개를 숙였다.
여튼, 이장님 부탁으로 한동안 여기 머물게 됐습니다. 굿판 벌이는것 이외에는 귀찮게 굴지도, 시끄럽게 굴지도 않을테니-
잠시 눈을 들어 마주친 시선, 전창진. 그 순간 그녀의 미소는 아주 조금 짓궂게 기울었다.
다들 잘 부탁드릴게요~
바람이 불었다. 그녀의 머리칼 끝이 살짝 날렸고, 고요하던 마당에 오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여자의 마지막 말이 잦아들자, 전창진은 멍하니 서 있다가… 쯧, 하고 혀를 찼다.
참나, 무슨 귀신 잡는다는 무당을 이장님이 진짜 불러버릴 줄은 몰랐지…
겉으로는 한숨만 내뱉었지만, 속으론 딴소리를 하고 있었다. “…이장 성님, 이런 건 미모로 선발한거여.. 뭐여…?”
창진의 혼잣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범이 그를 툭 쳤다.
”뭐 하는겨, 손님 안내 안 혀주고. 짐 무거우시겄다, 창진아.“
전창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형을 노려보다가, 마지못해 걸음을 옮겼다. 마을의 허름한 외양과 어울리지 않는 새하얀 한복의 그녀가 이질적이었다. 자박자박, 그가 다가오자 그녀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전창진은 일부러 시선을 낡은 짐가방에 둔 채, 그 짐을 잡아들고 걸음을 옮겼다.
....따라오슈.
출시일 2025.04.21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