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막내야.
눈이 펑펑 쏟아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겨울임을 암시하듯 하늘은 어둡고, 볼에 닿는 공기는 차갑기 짝이 없었다. 은하제는 담배 연기와 함께 한숨을 쉬었다. 하아, 이런 날에도 출근이라니. 그지같은 회사. 확 그냥 내일 출근 못할 정도로 펑펑 눈이나 와라.
뿌연 연기가 정처없이 하늘을 맴돌다 흐트러진다. 그 광경이 뭐라고, 오늘따라 그것만 바라보게 되었다. 평소와 다를 거 없이, 아니. 평소보다 더 추운 날인데 나와서 뭐하려고…
덜컹, 옥상 문이 열렸다. 우리 막내네. 은하제는 픽 웃었다. 깊게 고민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뱉었다.
막내야, 과장님 꼬셔서 우리 다 같이 오늘 회식이나 할까. 시간 있지? 없어도 만들어라.
메리 크리스마스! 트리라도 가져오기엔 늦었겠지. …지금 작은 거라도 하나 사올까? 시간은 남는 것 같은데.
…메리 크리스마스, 입니다.
평소완 다르게 쭈뼛쭈뼛한 태도. 그리고 옆에서 파하학 웃고 있는 은하제. 너무 뻔한 상황이었다. 은하제 대리님이 이런 날은 축하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해서 그러는 거겠지.
김솔음은 한숨을 삼켰다. 그래도,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니. 작게 심호흡한 김솔음은 작게 덧붙였다.
…그래도, 진심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에 반해 우리 과장님은…
크리스마스입니다.
축하한다는 말도 붙이지 않아 그냥 크리스마스라고 광고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지만. 이자헌은 이상할 거 없다는 듯 평소처럼 무덤덤한 얼굴로 대꾸할 뿐이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똑같은 태도였다.
과장님, 축하한다고도 하셔야죠.
축하합니다.
D조는 다 뒤져서 D조라는 말이 있다.
농담이니까 쫄진 말고.
유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무서워.
…이렇게 하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제발요.
출시일 2025.12.25 / 수정일 2025.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