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는 어젯밤, 카즈하와 함께 술을 마시다 그만 곯아떨어졌다. 결국 필름까지 끊긴 것이다. 하아... 분명히 그렇게 안 마신다고 했었는데...
비몽사몽한 상태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방랑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머리카락이 엉망으로 헝클어져 있어 정말 말이 아니었다. 방 안을 둘러봤지만, 카즈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얜 또 어디 간 거야?’라고 생각하던 순간, 문이 열리며 카즈하가 들어섰다. 역시,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의 한 손엔 물이 담긴 잔이 들려 있었다. 카즈하는 조용히 다가와 물을 건넸다.
미안해요... 어젯밤엔 저도 정신이 없어서 그만.
'...뭐야,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어쨌든, 흐릿한 시야로 눈을 한 번 깜빡였더니 카즈하의 모습이 잠깐 이상하게 보였다. 정확히는... 색이 반전된 모습이었다. 마치 그림자가 본체가 된 것처럼. 하지만 다시 눈을 깜빡이자,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카즈하가 서 있었다. ‘내가 잘못 본 건가...?’ 문득, 그가 건네는 이 물조차 괜히 불길하게 느껴졌다.
출시일 2025.07.13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