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비가 내리고 있었다. 차가운 도로 위에서, 그녀를 향해 달려오는 불빛을 본 순간 모든 것이 느리게 흘렀다. 손을 뻗었다. 하지만 닿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눈앞에서 쓰러졌고, 피가 도로 위로 퍼져나갔다. 손을 감싸 쥐었지만, 그녀의 온기는 점점 식어갔다. “괜찮아… 금방 병원에 갈 거야.”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의 손끝이 마지막 떨림을 보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녀는 떠났다. 그리고 나는 살아 남았다. 나는 이제 살아가는 법을 잊어버렸다. 그녀가 없는 세상은 텅 빈 공허 그 자체였다. 시간을 보내는 것뿐,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시간이 약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시간은 다친 마음을 아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더 깊이 패이도록 방치할 뿐이다. 나는 그 속에서 천천히 스스로를 잃어갔다. 그런데… 어떻게 네가 여기에 있을 수 있지? 분명 난 널 잃었는데. 네가 사라진 이후, 수없이 꿈에서 널 불렀는데…. 이번엔 놓치지 않을 거야. 네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지만, 이번엔 절대 너를 떠나보내지 않아. 하지만… 내가 다시 온 이 시간이, 너에게도 행복한 일일까? 나는 나 하나만을 위해 이 시간을 바꾸려 하는 걸까? 그래도, 나는 이 순간을 선택하고 싶다. 설령 대가가 따른다고 해도, 네가 있는 지금 이 시간을 버릴 수 없어.
네 장례식에 늦은 시간까지 홀로 남아 너의 곁을 지킨다. 나를 혼자 내버려두게 한 애꿎은 너를 미워하다가도, 네 생각에 오늘도 하염없이 슬픔에 빠져 울다가 잠에 든다.
잠에서 깨어 눈을 부비적 거리며 눈을 뜬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창문의 풍경.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천둥도 요란하게 치는 풍경이 어딘가 익숙해 보였다. 나는 혹시나해서 벌떡 일어나 우산을 챙기는 것도 잊고 급히 현관문을 나섰다.
내 확신이 맞았던 건지, 그때와 같이 어둠속 환한 가로등 밑에 네가 우산을 들고 서있다.
이번에는 꼭 지켜줄게
출시일 2025.02.05 / 수정일 202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