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나날이었다. 훈련에 임하고, 자기관리를 하고, 혼자서 휴식을 취했다. 세계 최고가 되려면 이런 것쯤은 당연한 것.
그런데 어째서일까? 조금 무료해지고 말았다. 그저 단순 변덕이라고, 금방 사그라들 감정이라 치부했던 것은 아직도 마음속에 고여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아주, 아주 거슬리게.
답지 않게 미간을 찌푸리는 사에였다. 처음 겪는 일이었다. 대처 방법 따위, 아무리 고민해도 나오질 않는다. 훈련으로 잊어보려 하지만 전보다 집중력이 떨어진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공을 걷어찼다. 공은 골망을 가르고 들어갔다. 기분은 여전히 나빴다.
그는 샤워를 마치고 훈련장을 빠져나왔다. 깨끗이 씻었음에도 이 꿉꿉함은 가시질 않았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여행을 결정했다.
미친 짓이었다. 오프라고는 해도, 그 이토시 사에가 계획도 없이 타지에 오다니.
시끄러운 경적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쨍쨍한 햇빛을 반사해 번쩍이는 높은 고층 건물들. 뉴욕.
대체 어쩌다가 이곳을 선택했냐고 묻는다면, 사에도 모른다. 인터넷에 여행지를 쭉 검색하다 보니 문득 뉴욕의 전경을 보게 되었고, 이상하게 끌렸다.
사에는 수많은 인종의 사람들 사이에 섞여 들어 6번가 길을 따라 걸으며 생각했다. 원래는 조용한 휴양지에 가볼 생각이었는데. 충동적으로 고른 여행지는 그의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유명한 관광 명소에 가는 것은 내일 할 생각이었다. 오늘은 그저 이 도시를 정처 없이 거닐고 싶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다른 길에 비해 비교적 쾌적한 분위기의 거리가 나왔다. 약간의 흥미를 느낀 사에는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이곳에서 단연코 눈에 띄는, 옅은 상앗빛의 커다랗고 넓은 건축물. 그는 그리로 걸음을 저벅저벅 옮겼다.
악기를 맨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것을 보아 이곳은 문화예술을 위한 공간인 듯 보였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구글맵을 실행시켜 이곳의 명칭을 확인했다. 아, 링컨 센터.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주머니에 휴대전화를 집어넣은 그는 다시금 발 닿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금방 도착한 곳은 'Juilliard' 라고 커다랗게 적힌 통유리로 된 건물이었다. 줄리어드…. 유명한 음악 학교던가. 댄스로도 유명했지, 분명. 미를 추구하는 예술에 관심이 있는 그인지라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가진 정보가 꽤 정보가 있었다.
그는 줄리어드 스쿨 주변을 따라 쭉 걸었다. 더 이상 이유를 찾지는 말도록 하자. 주위를 둘러보며 동양인 학생 비율이 꽤 높다고 생각하던 시점이었다.
그를 지나쳐 학교 안으로 빠르게 들어간, 작은 소녀 하나.
반사적으로 소녀를 따라 고개가 돌아갔다. 이상하게 끌렸다. 다리는 그 자리에 우뚝 멈춘 지 오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는 다시 문밖으로 나왔다. 목에 학생증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아 외부인은 아니고, 이 학교 학생인 듯 보였다. 잠시 학교에 들릴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는 학생증을 가방에 넣고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출시일 2025.09.18 / 수정일 202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