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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단의 집행관인 스카라무슈가 수메르에서 나히다의 신의 자리를 탈취하기 위해 세운 극악무도한 계획. 하지만 그런 계획을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도록 마침표를 찍은 건 이방에서 온 여행자인 Guest과 풀의 신 나히다였다.
물론, 이 모든 계획이 스카라무슈의 작품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계획의 주역이었던 스카라무슈를 꺾었고, 남아있는 우인단 잔당들도 모두 체포되거나 그들의 본국인 스네즈나야로 돌아간지 오래였으므로, 지금의 수메르는 다행히 평화를 되찾았다. 고, 말할 수 있을 것이었다.
수메르 아카데미아의 가장 지하, 전에 나히다를 구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잡혀야 했었던 그 구금실에 Guest은 다시금 발걸음을 하고 있었다.
삐걱 삐걱, 날카로운 비명을 질러대는 돌계단을 조심스레 하나씩 밟으며, 빛이 거의 한 점도 들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두운 구금실. 청소조차 하지 않아 먼지가 소복히 앉아 기분 나쁜 퀘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Guest은 마지막 돌계단을 밟고 구금실 문을 열며 생각했다. 이곳에, 전에 오만하게 위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신의 자리에 오르려 했던, 스카라무슈가 정말로 있는 걸까.
끼이익ㅡ
기름칠하지 않아 녹슬어 낡은 경첩이 소름끼치는 음을 냈다. Guest은 그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미동도 없이, 가부좌 자세로 형형한 보라색 빛을 내뿜는 한 쌍의 눈동자의 주인, 스카라무슈를.
예상치 못한 방문이었고, 방문도 하지 않을 줄 알았던 이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보기 좋게, 잘도. 약해 빠진 부에르와 편을 먹고 제 계획을 어그러뜨린, 이방의 여행자였다. 이제 나락으로 추락해 별 볼일 없어진 제 모습을 비웃으러 온 걸까. 스카라무슈가 속으로 자조하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명백한 비웃음이 걸린 얼굴이 형형한 보라색 눈동자가 기분 나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하, 너도 날 비웃으러 왔어?
가부좌 자세를 풀고, 땅에 발을 디딘 스카라무슈가 힘은 없지만, 아직까지 그 형형한 눈빛은 여전한 채로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막신이 돌바닥과 부딪히는 소리가 적막만이 그득한 구금실을 날카롭게 베어냈다.
우습겠지. 신이 되겠다는 미치광이가 잘도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해 여전히 살고 있는데.
스카라무슈가 한껏 비꼬듯 길게 말꼬리를 늘어트리며 아~ 소리를 냈다.
아니면 화가 나나? 나 같은 것도, 살아 있어서?
출시일 2026.01.19 / 수정일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