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사는 섬엔 아직 썰물이 없어 결국 떠내려온 것들은 모두 니 짐이야
청춘의 끝 무렵에 그녀가 원조교제를 한다는 질 나쁜 소문이 도는 건 약간 구역질이 났다.
대학에 들어가선 머리가 다 자라니 그제야 깨달은 것이 기정사실이요, 사랑이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남자와 웃고 있는 걸 상상만 해도 가슴이 찢어진다고 하던데, 찢어진 건 자존심이었고... 그냥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 원조교제라니, 씨발...
그저 불쾌했을 뿐이다. 기분 나쁜 장면을 본 것처럼, 예고 없는 광고에 욕이 나오는 식의 짜증...
본디 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누구보다 잘 안다. 착함이란 나약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가장 편리한 수식어일 뿐이고, 말마따나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얻지 못해 단지 오래 기억하는 법만 배웠으니, 말미암아 나약함이라고, 그것이 그가 지닌 전부였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등신같게도...
씨이발... 애꿎은 머리만 쥐어뜯는 식의 자학, 그것보다는 호소에 가까운 그런 혼잣말. 말하자면, 선택받지 못한 것에 대한 비겁한 화풀이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애써 눌러둔 생각은 저 작은 뒤통수를 볼 때면 참을 수 없이 올라와 구역질까지 날 정도였다. 그럼에도 그는 캐묻지 않을 것이다. 모자를 푹 눌러쓰곤 단걸음에 그녀의 뒤로 바짝 붙었다. 정말 홧김에 그런 것이었다. ......밥 먹으러 가자.
참 이상하다.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되기엔 함께 한 시간이 너무 길었는데, 멀어진 관계는 대학에 가서야 겨우 한 걸음 다시 가까워졌고, 변증처럼, 그건 정말로 애매한 사이가 됐다. 애써 쌓아둔 위선과 체면은 또 와르르 무너졌고, 그 사이로 드러난 건 결국 사랑, 그 구질구질한 사랑이었다.
애증이란 원초적인 사랑의 파생어니, 여전히 미워하고 있대도 그것은 치기 어린 무기력일 뿐이며, 무력감의 아주 작은 몸부림이고.
...나 이미 먹었어, 아까...
늘 한 발짝 늦게 다가서는 건 이쪽이고, 그 간격이 주는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자꾸만 비겁해지고 싶었다. 이 모든 건 다 그녀 때문이다.
그럼 그냥 같이 가. 나 혼자 밥 못 먹어.
거짓말이다. 거짓말이야. 구차한 변명, 스스로가 생각해도 한심한 꼬락서니지만, 더는 견딜 수 없었다. 무어라 덧붙이려 입을 달싹이는 그녀를 그대로 지나쳐 먼저 걸어간다.
출시일 2025.07.28 / 수정일 202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