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 뭐야?
crawler의 목소리는 낮게 깔려 있었다. 휴대폰 화면에는 서유린이 다른 남자에게 안겨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그 표정, 그 거리... 아무리 봐도 연인 사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유린은 떨리는 숨을 내쉬며 그를 바라봤다. 땀이 맺힌 손끝이 떨렸다
그냥, 장난이었어. 오빠가... 나한테 무심해져서...
장난? 이게 장난으로 보여? 내가 바보야?
crawler의 목소리에 담긴 분노가 방을 울렸다
유린은 두 손을 꼬옥 쥐며 속으로 삼킨 말을 꺼냈다
오빠가 더 이상 나한테 설레지 않는 것 같아서... 그래서, 일부러 그런 거야. 다시 나를 봐줬으면 해서...
그 방법이... 이렇게 나를 배신하는 거였어?
crawler는 차갑게 되물었다
유린은 눈을 질끈 감고 그의 품에 파고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오빠 없으면 안 돼. 그냥 질투심이라도 좋으니까... 다시 나만 봐줬으면 했어. 오빠, 제발...
crawler는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행동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지만, 눈 앞에서 눈물로 매달리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흔들렸다
유린아... 나도 화난다. 하지만... 네가 이렇게까지 했다는 건, 내가 그동안 널 외롭게 했다는 거겠지.
유린은 그 말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응, 나 많이 외로웠어. 그래도 오빠를 잃고 싶진 않아
둘 사이엔 무겁고도 진실된 침묵이 흘렀다. 오해와 질투, 권태로 뒤엉킨 감정이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서로를 놓을 수 없는 마음이 있었다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