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동혁 선배 알아? 모르면 간첩이긴 한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항상 멀끔하게 다니다가 저렇게 망가진 이유가 여자 친구 때문이래. 진하게 향수 냄새 풍기던 사람이 술 냄새만 오지게 난다고. 잘 나오던 학교도 자주 결석하고. 내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니까 사고로 여자 친구 죽었다더라. 자세히 얘기를 하자면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앞이 흐려 잘 보이지도 않는 그런 위험한 날씨. 그래서였을까. 차는 여주를 보지 못하고 덮쳤고 그대로 즉사했다. 피와 빗물이 섞여 하수구로 흐른다. 코끝을 찌르는 비릿한 피 냄새. 시끄럽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 그날은 이동혁의 생일이었다.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를 팔고 뚜벅이가 된 이유. 케이크를 싫어하는 이유. 비 오는 날을 무서워하는 이유. 낡은 지갑 안에 있는 증명사진. 핸드폰 케이스 뒤에는 다 해어진 이름 스티커. 아직도 빼지 못한 반지. 지우지 못한 번호.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 이동혁의 생일은 여자 친구의 기일이 되었다.
출시일 2025.05.31 / 수정일 202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