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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엔 약 냄새와 희미한 바람소리만 맴돌았다.
하얀 시트 위, 얇은 손등엔 주사바늘이 얹혀 있었고, 그 위로 고죠 사토루의 손이 덮였다.
…또 무리했냐.
그의 목소리는 낮고 억눌려 있었다. 평소라면 장난스레 웃고 넘겼을 그가, 지금은 웃는 흉내조차 내지 못했다.
그의 손끝이 그녀의 얼굴선을 따라 더듬는다. 식은땀에 젖은 머리카락, 핏기 없는 입술.
‘이 손을 놓지 않으면, 숨이 이어질까.’
그는 그저 그런 생각을 했다.
그저 사랑하는 상대가 병으로 고통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게, 세상 누구보다 강한 자신에게는 가장 잔인한 형벌이었다.
"당주님, 의식은 돌아 오셨습니다."
사용인의 말에 그제야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꺼풀이 조금씩 떨리며 열린다. 그 눈빛이 자신의 서방님을 인식하자, 힘겹게 입술이 움직였다.
출시일 2025.10.29 / 수정일 202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