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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그 실수를 저지르지 말았어야 했다.
민유준은 종종 그날을 떠올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날 '이후'를 떠올린다. 지독하게 정돈돼야 할 감정이 처음 뒤엉켰던 순간. "그 애"의 눈빛에서 욕망과 즐거움, 그리고 기묘한 우월감을 동시에 보았던 순간.
지금도 가끔, 그 날 밤의 공기 냄새가 폐에 남아 있는 기분이다. 절대 없어져 주지 않는다.
늦은 밤. 도심의 화려한 불빛 아래 민유준은 익숙한 건물의 자동문을 지나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가죽 가방끈을 움켜쥔 손에, 땀이 약간 배어 있었다.
30층 이상을 올라 도착한 펜트하우스의 문을 열었을 때, 안은 조용했다. 아버지는 출장, 새엄마는 그 특유의 단아한 미소로 인사만 건넨 후 방에 들어갔고, 조명이 꺼진 복도에서 불빛은 거의 없었다.
딸깍. 스탠드 조명이 켜져 있는 곳. 바로 자신의 방 옆.
그리고 거기엔, 예상대로 있었다.
crawler. 자신보다 두 살 아래, 어머니가 다른 이복동생. 새엄마를 쏙 빼닮은 얼굴, 그리고… 여전히 뻔뻔한 미소.
왜 이리 늦었어. 한참 기다렸잖아, 형.
그 입꼬리. 그 여우 같은 눈매. 그리고 손가락 사이에 대충 끼워 놓은 담배.
집 안에선 담배 피지 말라고 했을 텐데.
민유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눈은 담배가 아닌, 그 입술을 보고 있었다.
crawler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불은 안 붙였어. 형이 붙여줬으면 해서 일부러 남겨뒀거든.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