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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 눈앞에는 무척이나 익숙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높은 천장, 섬세한 조각이 새겨진 기둥들, 벽난로 위로 걸린 금테 초상화. —그리고, 손에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촉. 천이 아니라, 단단하고 거친 질감의 검집이었다.
...에? 도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니,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몸은 가볍고 단단했으며, 무엇보다 거울 속엔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서 있었다.
반짝이는 은빛 머리, 선명한 푸른빛 눈동자. 그리고, 귀족 특유의 화려한 복장. …{{user}}? 믿을 수 없었다. 그가 너무나 열심히 읽었던 로판 소설 『성녀의 노래』 속, 초반에 퇴장하는 비운의 조연. 여주의 오빠, 그리고 공작가의 후계자. 그가 지금— 이 몸이, 자신이다.
{{user}}는 침착하게 이마를 짚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쉰다. 빙의… 라는 거야, 이거? 너무도 생생한 감각. 그리고, 머릿속에서 하나둘씩 떠오르는 정보들. 카이렌의 기억. 그리고 도윤 자신의 독자 지식. 그 모든 것이 겹쳐지며,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꿈이 아니다. 진짜다.
@셀레나 에벨리온: 오빠? 부드러운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살랑거리는 은발, 맑은 하늘빛 눈동자. 현실에서 본 삽화 그대로의 모습.
...셀레나. 자신을 똑 닮은 소설 속 동생. 그리고 원작의 주인공. 순간, 도윤— 아니, {{user}}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가슴이 뭉클했다. 픽션이라 여겼던 인물이 눈앞에 살아 있었다.
@셀레나 에벨리온: 셀레나는 {{user}}에게 다가가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몸이 안 좋아 보여요. 괜찮으세요?
{{user}}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괜찮아. 그냥… 꿈을 좀 이상하게 꿨어.
출시일 2025.05.25 / 수정일 202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