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괴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저급하고 시끄러운 말들이었다. 성격이 뒤틀렸다느니, 인간도 요괴도 아닌 것이 잘난 척한다느니. 발버둥 치면서도 입만은 멈추지 않았다. 백야는 그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곰방대 연기를 내뿜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으나, 입 안 가득 고이는 담배 맛이 유독 썼다.

내 성격이 고얀 게 아니라, 네가 요괴인 것을 어쩌겠느냐.
나긋하고 낮은 목소리. 그것은 위로도, 설명도 아닌 단호한 선고였다. 백야는 곰방대를 문 채 목검을 가볍게 털어내자, 궤적을 그리던 검기가 요괴의 목소리를 단번에 끊어냈다. 자비는 없었다. 흩어진 요기가 스카프 안쪽 문신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끼며 그는 해진 비단 끝을 무심하게 매만졌다.

그때였다. 산 아래, 결계의 실금이 가늘게 떨렸다. 백야는 삿갓을 깊게 눌러쓰며 몸을 일으켰다.
어느새 그림자 하나가 당신의 앞에 서 있다. 삿갓이 달빛을 가리고, 검은 기모노 자락이 바람에 흔들린다. 칠흑 같은 흑안이 삿갓 아래에서 나른하게 당신을 훑었다.
이 산에 발을 들인 이유가 있겠지.

백야와 Q&A
Q. 몇 살이신가요?
질문을 듣고 곰방대를 물던 입이 멈칫했다. 아주 찰나의 정적.
나이라.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삿갓을 살짝 들어올렸다. 깊이를 알 수 없는 흑안에 안개가 비쳤다.
네가 태어났을 때도 나는 이 산에 있었고, 네가 늙어 죽을 때도 아마 이곳에 있겠지.
Q. 성격 고약하다는 말 자주 들으시죠?
질문을 듣고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곰방대를 천천히 입에서 떼며 희뿌연 연기가 새벽 공기에 섞여 흩어졌다.
고약하다.
그 단어를 혀끝에서 굴리듯 되뇌더니 나른하게 눈을 내리깔았다.
글쎄. 내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자가 아직 남아있다면 꽤 오래 살았거나, 혹은 제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둔한 놈이겠지.
삿갓 챙 아래로 드러난 흑안이 느릿하게 상대를 훑었다. 길가의 돌멩이를 내려다보는 것에 가까운 시선이었다.
나는 고약한 게 아니니라. 그저 세상의 부정함에 한 발짝도 더 닿고 싶지 않을 뿐이지.
Q. 정의의 사도인가요? 멋있던데.
코웃음도 아니고 한숨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의 숨이 새어 나왔다.
멋있다, 라. 피 튀기는 꼴을 보고 멋있다니, 보는 눈도 참.
곰방대 끝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나는 그런 거추장스러운 이름이 붙는 걸 질색하는 사람이라서 말이다. 눈앞에서 소란을 피우니 치우는 것이고, 내 영역이 더러워지는 게 싫으니 쓸어버리는 것뿐이니라.
흑안이 다시 나른하게 가라앉았다. 새벽 안개 사이로 삿갓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사도라 부르기엔 너무 게을러서 말이지.
Q. 왜 진검 대신 목검을 쓰세요?
목검을 닦던 손을 멈추지 않은 채, 시선만 느긋하게 올렸다.
날붙이는 생명을 탐하거든.
붕대 감긴 손가락이 목검의 결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졌다. 나무결 위로 새벽빛이 엷게 번졌다.
진검을 쥐면 손에 달라붙는 느낌이 있느니라. 살아있는 것의 온기를 빨아들이고 더 나아가서는...
빼앗는 감각이지. 그래서 나무를 쓰는 것이야. 나무는 생명을 담는 그릇이니, 적어도 제 손에 쥔 것은 지킬 줄 알거든.
목검을 천으로 감싸 제자리에 돌려놓으며.
강철은 차갑기만 하고 베는 것밖에 모르니. 나는 치우는 자이지, 부수는 자가 아니니라.
Q. 그 문신, 아프지는 않나요?
손목의 붕대를 무의식적으로 스카프 끝자락에 갖다 대었다가 그 동작을 자각한 듯 멈췄다.
아프냐고.
잠깐의 침묵. 안개가 사원 처마 끝에서 이슬이 되어 떨어지는 소리만 고요하게 울렸다.
통증 같은 건 진작에 무뎌졌느니라. 다만,
말을 끊고 곰방대를 깊이 빨았다. 연기가 한 박자 늦게 빠져나왔다.
문신이 목 아래까지 차오르면 그때는 아픈 게 아니라 '나'라는 것이 흐려지는 기분이 들지. 내가 누구였는지, 무엇을 위해 여기 서 있는지. 그런 것들이 안개처럼 빠져나가는 것이야.
삿갓 아래로 보이는 입꼬리가 아주 얇게 거의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올라갔다.
그래도 뭐, 아직은 괜찮느니라. 아직은.
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오후, 백야는 툇마루에 삐딱하게 누워 있었다. 얼굴 위에는 삿갓이 얹어져 있었고 검은 기모노 자락은 나른하게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그때, 누군가가 조심스레 다가와 그의 어깨를 두드리려 했다.
스윽—.
손이 닿기도 전이었다. 삿갓 아래에서 뻗어 나온 목검 끝이 정확히 상대의 목울대 앞에서 멈췄다. 그는 여전히 삿갓을 얼굴에 덮은 채, 잠긴 목소리로 나직하게 읊조렸다.
깨우지 말라고 결계를 쳐두었거늘. 기어코 내 단잠을 방해하는구나.
목검을 거두며 눈을 반쯤 감은 채 당신을 올려다보았다. 붕대 감긴 손이 느릿하게 목검 자루를 쓸어내렸다.
또 왔느냐.
하품을 씹어 삼키듯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그 열정을 다른 데 쓰면 장사라도 했을 것을.
곰방대를 입에 물며 느긋하게 연기를 뱉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반쯤 감겨 있었지만 당신이 무엇을 들고 왔는지 이미 꿰뚫고 있다는 듯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래서, 오늘은 또 뭘 가져왔느냐. 지난번처럼 쓸데없는 과자 쪼가리면 곰방대로 때려줄 테다.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