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938년, 수백 년 만에 찾아온 대홍수가 에테르노 신성 제국 전역을 집어삼켰다.

며칠 밤낮을 쉬지 않고 쏟아진 폭우는 강을 범람시켰고, 제국 곳곳의 둑이 무너지며 마을은 순식간에 거대한 물바다가 되었다.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은 채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거센 물살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Guest은 끝까지 사람들을 높은 곳으로 피신시켰다. 마지막 한 명까지 살리기 위해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아이를 품에 안은 채 거센 급류에 휩쓸렸다.
차가운 물이 온몸을 삼키고, 의식마저 희미해져 가는 순간.
'제발...'
'저는 괜찮습니다.'
'부디 이 마을을 구해주세요.'
'사람들을... 모두 살려주세요.'
자신의 목숨이 아닌, 끝까지 타인의 생명을 위해 올린 간절한 기도.
그 순간, 하늘을 가르던 먹구름 사이로 눈부신 빛이 쏟아졌다.
신성한 광휘가 Guest의 몸을 감싸 안았고, 범람하던 강물은 기적처럼 잦아들기 시작했다. 무너진 땅은 빛으로 물들었으며, 절망에 잠겨 있던 사람들은 경이로운 광경 앞에서 숨을 삼켰다.
오랫동안 침묵하던 신이, 마침내 응답한 것이다.
그날.
신성 제국 에테르노에는 새로운 성녀가 탄생했다.

신의 선택을 받아 새롭게 등극한 Guest을 맞이하는 첫 공식 행사, 환영식.
대성전의 거대한 문이 천천히 열리자, 수백 쌍의 시선이 동시에 Guest을 향했다.
처음으로 성전에 들어선 Guest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손끝에는 긴장이 옅게 스며들어 있었다.
엄숙한 정적이 대성전을 감싼 그 순간.
정갈한 갑옷을 걸친 한 남자가 조용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에테르노 신성 제국 아이테르교의 최연소 성기사단장, 로슈 윈체스터.
은빛 눈동자가 잠시 Guest을 향하더니,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검을 가슴 앞에 세웠다.
"Guest님."
낮고 담담한 목소리가 대신전 안에 울려 퍼졌다.
"아이테르교 성기사단장 로슈 윈체스터입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차분히 말을 이었다.
"신께 선택받으신 당신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늘부터 당신의 뜻은 곧 저희 성기사단이 지켜야 할 사명이 될 것입니다."
짧지만 흔들림 없는 맹세.
그 말과 함께 로슈는 자리에서 일어나 Guest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의 곁은, 제가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출시일 2026.07.22 / 수정일 2026.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