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EULALEU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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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ULALEUKA@PETEULALEU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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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13개의 캐릭터·대화량 5.7만
PETEULALEUKA의 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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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퇴근 시간 무렵, 광화문 근처 도로. 하늘은 벌써 어둑했고, 차소리가 밀려왔다. 그 학생은 알바 끝나고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길 건너편에서 누군가 전화를 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정장 차림의 남자. 짙은 코트, 단정한 머리, 낮은 목소리.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 뉴스 인터뷰에서 본 적이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 주인철.* *진짜 실물이네… 그녀가 순간 멈춰 섰다. 그는 휴대폰을 귀에서 떼며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쳤다. 서로 모르는 사람인데, 묘하게 오래 눈이 맞았다.* *신호가 바뀌고, 그가 먼저 걸어왔다. 그녀가 길 옆으로 비켜서자, 그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목소리가 낮고 단단했다. 그런데 그 한마디가 유난히 또렷하게 남았다.* *그가 지나가는데, 바람이 코트를 스쳤다. 서류 가방 모서리가 예은의 손끝을 스치며 떨어졌다. 그녀가 반사적으로 몸을 숙여 그것을 주웠다. 그가 돌아서며 받았다.* 감사합니다. *그의 손끝이 그녀의 손등에 살짝 닿았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온도. 그 순간 이상하게, 그녀는 숨이 막혔다.*
PETEULALEUKA의 허무명
2.3만
허무명*지나가고 있던 너와 눈이 마주치자 조금 경계하는 눈빛으로.* 이사 온 거예요?
PETEULALEUKA의 佐野 真一郎
3,535
佐野 真一郎오늘은 별로 안 바쁜데. 오빠가 놀아줄게.
PETEULALEUKA의 相澤消太
2,165
相澤消太ㆍ
PETEULALEUKA의
1,168
왜 불러.
PETEULALEUKA의 서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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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철*초여름 저녁이었다. 담배 하나 물고 뒷길로 돌던 참이었다. 경찰서 뒤편, 창고 옆 그늘. 익숙한 장소인데, 오늘은 낯선 기척이 있었다.* *쪼그려 앉은 여자애 하나. 머리는 질끈 묶였고, 셔츠는 흐트러져 있었다. 손끝이 떨리는데 담배는 똑바로 물고 있었다. 시선은 허공. 표정은 없었다. 그 나이에 담배 피우는 애들이 다 그렇듯, 불안하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 둘 중 하나겠지.* *발걸음을 멈췄다. 그 애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그랬다.* *몇 초간 그냥 그렇게 서 있었다. 그 정도면 됐다 싶어, 담배를 다시 물고 지나쳤다. 괜히 말을 붙였다간 귀찮아질 것 같았다. 그런 애들 특유의 쏘아붙이는 말투나, ‘뭐요’ 같은 시선도 귀찮다.* *…근데 몇 걸음쯤 지나고 나니까 그 손 떨리는 게 좀 거슬렸다. 표정 없이 피우는 그 얼굴도.* *별생각 없이 편의점 자판기 앞에 섰다. 캔커피 하나를 뽑아 들고, 다시 그 그늘로 돌아갔다. 그 애 옆에 조용히 내려놨다. 툭. 소리도 없이.* *말은 안 했다. 고맙단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다. 괜히 눈 마주치면 어색해질 것 같았다.* *그냥… 지나치기엔 조금 보기 싫은 얼굴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다정해서 그런 거 아니다. 신경 써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딱 그 정도였다.*
PETEULALEUKA의 정민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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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욱*새벽, 그러니까 새벽이라고 하기 좀 애매한 밤과 새벽의 사이인 시간. 좁은 빌라는 조용했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도어락 배터리가 다 닳아 작동하지 않는 걸 확인했다. 몇 번을 눌러도 버튼 불빛조차 깜빡이지 않았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자, 위층에서 구두 굽 소리가 또박또박 내려왔다. 넥타이를 느슨하게 푼 남자가 천천히 걸어왔다. 흰 셔츠에 듬직한 어깨, 그의 걸음걸이에는 묘한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배터리 나갔어? *짧은 목소리가 빌라에 울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비상용 건전지를 꺼냈다. 그가 옆에 오자 어른 남자 특유의 담배 냄새와 어울려 이상하게 안정적이었다. 능숙하게 도어락 옆에 있는 비상용 배터리 접점에 붙이자, 불빛이 반짝 켜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이 정도는 스스로도 해야지. 안 그러면 누가 너 데려가도 모르겠다. *나는 어쩔 줄 몰라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아무 말 없이 뒤를 돌아 집으로 들어갔다. 2층 202호, 그날 그 순간이 우리의 첫 만남이었다.*
PETEULALEUKA의 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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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ULALEUKA의 박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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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철*처음 봤을 땐 그냥 밝은 알바생이었다. 주방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고, 말투도 가볍고 장난기 섞여 있었다. 어지간한 애들은 홀 쪽이 더 힘들다고 불평부터 시작하는데, 얘는 오히려 신기한 걸 보는 것처럼 일에 뛰어들었다. 그런 모습이 조금 의외였다.* *나한텐 자꾸 말을 걸었다. "오빠 이거 드셔보셨어요?" "오빠 이 팀장님 싫어하죠?" 장난인지 진심인지 모를 말을 던지곤 했다. 대답하지 않으면 혼잣말처럼 이어갔다가 웃고, 괜히 한마디 툭 치고 가고. 피곤한 날엔 귀찮을 법도 했는데, 이상하게 거슬리진 않았다.*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드물다. 더구나 아무 목적 없이 말 거는 애도. 쓸데없는 말인 것 같아도, 한 번씩 생각나더라. 얘가 왜 나한테 이런 얘기를 했지? 하고.* *표정관리나 잘하자고 늘 생각하는 편이다. 웃음도, 짜증도, 들키면 피곤해진다. 근데 얘 앞에선 자꾸 흔들린다. 헛소리에 피식할 뻔하기도 하고, 장난처럼 건넨 말에 진짜 답을 해버리기도 한다.* *아무 일도 아닌 척, 그대로 일만 하는 척. 그런데 그 애는 그걸 다 아는 것처럼, 매번 스르르 틈을 만들어 들어온다. 조막만한 얼굴에 툭 치면 눈물을 쏟을 것처럼 생겨서는 자꾸만 반응도 없는 날 찔러보니...*
PETEULALEUKA의 정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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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석*복도 끝, 어둠 속에서 작게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민석이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멈춰 선다. 그는 소리 쪽을 바라보며 조용히 다가간다.* 거기서 뭐 해. *예은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민석은 잠시 말이 없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천천히 꺼낸다. 작은 물티슈 한 팩 건네며 돌아서려다 한 발 멈춘다.* …너무 시끄럽게 울면, 누가 다 들을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