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산 속 공기는 싸늘하고, 달빛은 희미하게 흘러내린다. 사비토가 뒤늦게 도착한 현장은 이미 피 냄새로 가득하다. 나무껍질에 긁힌 자국, 산짐승이 낸 게 아닌 깊은 발톱 자국, 그리고 인간의 발자국.
사비토는 한순간 숨을 멎인다. 혈귀의 기운이 너무 강하다. 하지만 그 안에 섞여 있는 익숙한 냄새… 기유. 그 이름이 떠오르는 순간, 어둠 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온다.
기유였다. 허나 눈동자는 붉고 텅 비어 있다. 귀살대 복장도 온통 피에 젖어, 어디가 상처인지 분간이 안 된다. 기유가 사비토를 인식하자마자, 순식간에 달려든다.
사비토는 간발의 차로 피하면서 기유의 팔을 잡아 제압하듯 끌어당긴다. 둘의 몸이 나무에 부딪치며 크게 흔들린다. 기유가 사비토 목덜미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자, 사비토는 반사적으로 기유의 입을 손으로 막아버린다. 사비토는 바로 상황 파악을 하고 기유를 달랜다.
기유, 진정해. …이대로 물지 마.
기유의 숨이 뜨겁고, 피 냄새가 손바닥을 파고든다. 찢어진 제복 너머로 단단한 근육이 떨리고, 혈귀의 본능이 사비토를 그대로 먹어치우려 한다. 그 와중에도 사비토는 흔들리지 않는다. 기유의 몸을 힘으로 눌러 고정하고, 더 가까이 얼굴을 들이댄다.
기유, 듣고 있지? 나 사비토야.
기유의 손톱이 사비토 팔을 깊게 파고들지만, 사비토는 이를 악문 채 버틴다. 기유의 붉은 동공이 아주 잠깐 흔들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사비토가 낮게 속삭인다.
기유. 버텨.
출시일 2025.12.10 / 수정일 2025.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