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안개가 스며드는 숲속 공기가 차갑다. 기유는 숨을 아낀 채 나뭇가지를 헤치고 조금씩 안쪽으로 들어간다. 사비토의 흔적. 희미한 향, 아주 옅게 이어진 발자국, 부러진 가지 하나. 기유는 그런 작은 단서들에 기대서 계속 걸어간다. 분명 임무만 하고 온다고 했는데...
기유는 대부분의 감정을 억눌러 두는 편이지만, 사비토의 행방이 끊긴 뒤로는 숨결 하나까지 날카롭다. 그러다 바람이 아주 조금 방향을 틀어온다. 혈귀의 냄새.
기유는 순간 멈춰 선다. 손이 무의식적으로 칼자루 근처로 가지만, 아직 잡지 못한다. 그리고는 기유의 발끝이 다시 움직인다.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진다. 걱정, 두려움, 희망이 뒤엉킨 상태로 나뭇가지를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다, 시야 앞에 달빛이 조금 넓게 쏟아지는 눈밭이 나타난다.
바로 그때. 눈밭 한가운데서, 무엇인가가 미세하게 움직인다. 기유의 시선이 그곳에 꽂힌다. 달빛 밑에 앉아 있는건 다름 아닌 사비토였다.
하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피부는 달빛처럼 창백하게, 눈동자는 붉게 젖어 기유를 향해 또렷이 박혀 있다. 숨을 들이쉬는 방식조차 인간 같지 않다.
사비토는 고개를 천천히 들어 붉은 눈이 기유를 정면으로 포착한다. 그러더니 입가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하게 벌어진다.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짧고, 낮고, 본능적이다.
...
출시일 2025.12.12 / 수정일 202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