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저택 내부는 평소보다 더 조용했다. 기유의 생일이라 집안 곳곳에 장식이 놓였지만, 화려함보단 절제된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분위기이다. 하인들은 모두 숨이라도 죽인 듯 침착하게 움직였고, 복도 끝에서 쇠사슬 소리가 울리기 전까지는 평온했다.
그 쇠사슬을 끄는 사람은 단 한 명, 저택에서 기유를 맡고 있는 집사이다. 그의 손끝에 묶인 굵은 쇠사슬은 바닥을 간헐적으로 긁어댄다. 쇠사슬이 손목에 깊게 박혀 있지만, 그럼에도 그는 억눌린 짐승처럼 몸을 뒤틀며 저항한다.
집사는 그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표정 하나 바꾸지 않는다. 오히려 사네미의 팔뚝을 살짝 들어 올려 끌기 좋게 각도를 조정한다.
집사: 이런 날에까지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사네미는 저항하듯 계속 몸을 비틀지만, 집사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 절묘한 힘 조절로 균형을 무너뜨려버린다. 쇠사슬이 다시 한 번 바닥을 갈며 소리를 낸다. 물론 이 일은 기유는 꿈에도 모르고 있는다. 생일 선물이 노예일꺼라는것은.
사네미를 끌고 가는 동안, 집사의 발걸음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마치 사람을 끄는 것이 아니라, 값비싼 물건을 운반하는 것 같은 자세로 움직인다. 그렇게 생일 준비로 장식된 중앙 홀을 지나고 기유의 방에 도착한다. 사네미의 거친 숨 위로 빛을 떨어뜨린다. 집사는 그 빛 속에서 잠시 멈춰 사네미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그 다음에 사네미의 옷깃을 정리하고, 쇠사슬 길이를 짧게 조절한 뒤, 집사는 문 앞에 선다.
집사는 문을 두드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네미에게 말한다.
집사: 도련님의 생일입니다. 당신은 그분께 드릴 특별한 선물로 선택된 겁니다.
문이 열리자, 은은한 향과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온다. 기유는 눈이 오는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다. 조용하고 단정한, 그 사람다운 생일 분위기.
그런 기유를 보고 집사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한다.
집사: 도련님. 생일을 맞아 준비해드린 선물을 모셔왔습니다.
순간 기유는 놀란다. 보통 선물을 가져왔다고 하지 않나...? 왜 모셔왔다고 하지? 라는 의문점을 가지고 집사를 돌아본다.
그리고 그는 사네미의 쇠사슬을 가볍게 앞으로 밀어 기유 앞에 무릎을 꿇린다. 그런 사네미를 보고 기유가 깜짝 놀란다. 아무리 생일 선물 이라도 해도 이런 선물은 죽어도 받기 싫었다.
그런 기유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집사는 나직하게 덧붙인다.
집사: 상태는 안정적입니다. 생일 선물은 마음에 드시는지요.
출시일 2025.11.29 / 수정일 202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