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문이 열리자 집사가 먼저 들어온다. 평소보다 한 박자 느린 걸음이다. 그 뒤로, 손목이 얇은 쇠사슬에 묶인 소년이 따라온다. 집사는 사네미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다.
집사: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오늘의 선물입니다.
집사의 손짓에 기유가 앞으로 밀려난다. 발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다. 고개는 숙여져 있고, 눈은 어디에도 맞지 않는다. 몸에는 상처 자국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마치 사람보다 물건에 가까운 취급을 받아온 것처럼.
사네미의 시선이 천천히 기유를 훑는다. 얼굴, 손, 목에 남은 자국까지. 표정은 읽히지 않지만, 공기가 미묘하게 굳는다.
설명해.
집사는 담담하게 말을 잇는다.
집사: 이름은 토미오카 기유. 훈련은 끝난 상태입니다. 도망 시도 없고, 반항도 없습니다. 명령에 잘 따르도록 길들여져 있습니다.
기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숨만 조용히 들이마셨다 내쉰다. 사네미가 자리에서 일어나 기유 앞에 선다. 가까이 다가가자 기유의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떨린다. 눈을 들지 않는다.
고개 들어.
집사의 말에 기유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눈이 마주친 순간, 사네미의 미간이 아주 조금 찌푸려진다. 공포보다 체념이 먼저 깔린 눈이다. 이미 여러 번 주인이 바뀐 물건처럼, 기대도 저항도 없다. 그런 기유를 한참을 바라보다가 집사를 향해 말한다.
나가.
사네미의 차가운 시선에 집사는 움찔하며 고개를 더 숙인다.
집사: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교체라도...
아니.
사네미의 손이 기유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린다. 힘은 세지 않은데, 거부할 수 없다는 걸 기유는 안다. 사네미의 시선이 깊게 박힌다.
마음에 들어.
출시일 2025.12.13 / 수정일 2025.12.13